교양쌓는 즐거움/독서 노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옥상별빛 2013. 4. 6. 18:52

한 천사가 방금 아이들을 낳은 여인의 영혼을 거둘 수 없어서 하느님의 말을 거역하게 되었고 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가?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이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세 가지를 인간들이 사는 세상으로 가서 깨달아야 비로소 하늘로 돌아올 수 있게 하였습니다.

벌거숭이가 된 채 들판에 버려진 천사는 그때서야 추위와 굶주림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하느님의 교회를 발견하고 우선 추위를 피하고자 찾아갔지만 문이 잠겨 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날은 저물어 가는데 천사는 배가 고파 온몸까지 쑤셔오는 멀리서 발자국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천사가 사람으로 변하여 처음으로 본 사람은 거지같이 남루한 옷차림에 송장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서 무서워서 얼굴을 돌리고 말았습니다.

이 사람은 추운 겨울에 몸을 감쌀 옷과 끼니 때문에 투덜대며 천사를 보고도 그냥 지나갔습니다.

천사는 이 사람은 나를 도와줄 수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낙심하였습니다.

그런데 갑사기 이 사람이 천사에게 다시 걸어오는데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던 얼굴에 갑자기 생기가 돌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천사의 곁으로 다가와 옷을 입혀 주고 자기집으로 데려 갔습니다.

이 사람은 바로 세몬이라는 구두수선공이데 어느 농가에 세 들어 살면서 구두 수선을 해서 가족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세몬에게는 '마뜨료나'라는 아내가 있는데 집도 땅도 없는 이 부부는 하나의 모피로 번갈아 가면서 입는 처지에 놓여 있었습니다. 세몬은 2년 전부터 양가죽을 사서 새 외투를 만들려고 마음먹고 있던 차에 돈도 좀 생기고 또 빚을 받을 것이 생겨서 마을에 외출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몬은 빚을 주기로 된 사람에게 돈이 없다며 주지 않자 기분이 상해서 구두 수선비로 가지고 있던 돈으로 술을 사 마시고 말앗습니다.

투덜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다가 바로 천사 '미하일'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한편, 그의 아내 마뜨료나는 양가죽을 사 오기로 한 남편이 양가죽은 사오지 않고 낯선 남자를 데리고 오자 화가 나서 불평을 막 늘어놓았습니다. 부인은 노인보다도 더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고 입에서 나오는 죽음의 입김 때문에 천사는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 노인은 아내에게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아내는 태도를 바꾸고 뒷날 먹을 빵 한 조각을 저녁으로 차려 주며 천사를 쳐다보았습니다.

천사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여자에게서 생기가 돌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 얼굴에서 하느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때 천사는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답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두 번째 말씀인 ‘사람에게 안 주어진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을 알 수가 없어 구두수선공 집에서 세몬으로부터 구두를 수선하는 일을 배워 같이 일하면서 1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나이가 와서 일년 동안 닳지도 터지지도 않는 장화를 만들어 달라고 하고 나가는데 그 사나이의 등 뒤에서 죽음의 천사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날이 저물기 전에 사나이의 영혼은 그의 곁을 떠나게 된다는 것을 알고 구두가 아니라 슬리퍼를 만들면서 사람은 자기 몸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힘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임을 알고 천사는 다시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한 가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하느님의 말씀은 도저히 깨닫지를 못한 채 천사는 어느덧 6년이라는 세월을 초조하게 보내었습니다.

어느 날 한 여인이 쌍둥이 여자애를 데리고 왔는데 이 여자는 남의 자식을 가엾이 생각하고 잘 키웠다고 눈물 흘리는 모습에서 하느님의 모습을 보고 천사는 또다시 세 번째로 빙그레 웃었습니다.

천사는 모든 사람은 자기에 대한 걱정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어머니에게는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힘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또 사나이는 자기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알 수 있는 힘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나이는 자신에게 당장 필요한 것이 오래도록 닳지 않는 구두가 아니라 죽은 사람에게 필요한 슬리퍼인 것을 알만한 힘이 주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천사는 하늘로 오르기 전에 세몬에게 자신이 살아 남게 된 것이 자기 자신의 걱정 때문이 아니라 가난한 구두수선공 부부의 사랑 때문이라는 것, 두 아이가 살아남게 된 것도 그들을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오직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다지만 그건 그저 사람들의 착각일 뿐 사람은 사랑의 힘에 의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하늘 나라로 가 버렸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이 떨어져 사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각자 자기에게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우쳐 주지 않았으며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걱정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들의 생각일 뿐, 하느님의 사랑으로 살아가는 것은 모른다고 합니다.

인간은 서로 사랑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느님이 우리 인간들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사랑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대답으로 ‘사랑’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비록 가진 것은 보잘 것 없지만 구두수선공 부부가 지닌 따스한 사랑만 있다면 삶에 희망이 있고 행복해질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