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얼마 전 ‘구성주의’가 소개된 글에 처음 접했을 때에는 서너 번 읽어도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그래서 ‘구성주의’라고 하면 한 마디로 ‘앎의 이론’이기 때문에 인식론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과 구성주의는 정보화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창의성, 유연성, 문제 해결 능력, 비판적 사고력 등을 지닌 학습자들에게 많은 자율성과 선택권을 주어 그들의 목소리와 요구, 흥미에 관심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학습 이론이라는 것 정도였다. 그래서 구성주의는 최근 교육 현장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은 열린교육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아 이에 대한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서울에 사는 동생에게 책방에 갈 기회가 있으면 ‘구성주의’에 관한 서적을 한 권 보내 달라고 부탁해서『구성주의와 교육』이라는 책을 얻게 되었다. 이 책은 구성주의 교육의 태동과 구성주의 교육의 여러 모습, 구성주의 교육 이론 및 구성주의와 교과교육 등에 대하여 비교적 잘 나와 있었다. 다만 10여 명의 학자가 공동으로 집필하다 보니 중복되는 내용도 여러 군데 있었지만 그것이 내게는 구성주의에 대하여 이해를 하는데 더 많은 도움이 되었다.
구성주의는 철학, 심리학, 두뇌공학에 뿌리를 내린 지식의 이론으로서 최근 10년 동안에 사회학, 인류학, 인지 심리학, 교육 등에서 널리 논의되어 왔다. 구성주의 심리학의 역사적 발단은 피아제(Piaget 1986-1980)와 비고츠기(Vygotsky 1986-1934)의 연구에 기초하며 다양한 이론적 확산과 교육적 상황에의 적용으로 발전되어 오고 있다. 특히 1990년대에 들어서는 급진적 구성주의, 사회적 구성주의, 인지적 구성주의, 물리적 구성주의, 사회-문화적 구성주의, 진화적 구성주의, 포스트모던 구성주의, 심리적 구성주의, 정보처리 구성주의 및 두되공학 체제 등 여러 가지 유형의 구성주의가 출현하고 있지만, 구성주의의 종류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급진적 구성주의와 사회적 구성주의로 나눌 수 있다. 급진적 구성주의는 피아제 이론을 원용한 Glaersfeld에서 비롯되었는데, 그는 지식과 실체는 객관적이거나 절대적인 가치를 갖지 않으며, 비록 존재한다고 해도 적어도 이러한 실체를 알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월취(Wertsch), 코일(Cole)은 급진적 구성주의가 인간의 상호작용을 등한히 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지식의 상호작용(사회)적 구성을 강조하였는데 비고츠기가 대표적인 옹호자로 개인과 사회의 상호작용 관계의 맥락에서 강조점을 개인에서부터 사회로 옮겼다. 그에 의하면 사람들의 상호 작용에 의해 형성된 고등 지식은 한 인간에 있어서 지식의 내면화 과정이 먼저 사람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다음에 개인 내에서 나타난다고 하여 지식의 구성 과정에서 개인보다 사회적 상호작용의 우위성을 강조하였다. 또 사람들의 삶 속에서 성인들의 안내나 또래 집단의 도움 없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제적 발달 수준과 타인의 도움으로 해결이 가능한 잠재적 발달 수준으로 나누고, 잠재적 발달 수준에서 실제적 발달 수준을 뺀 영역 내에서 지식의 사회적 구성이 가능하다고 하였는데 오늘날 실제 학습으로 도입되고 있는 학습 유형으로는 월취의 대화학습모형, 러고프의 도제학습모형, 레지오의 소집단 프로젝트학습모형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이론들은 학습에 대한 사회적 성격을 인식함과 동시에 대화를 통한 학습자의 능동적 참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점에서 우리 교육 현실에 비추어 사사하는 바가 크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구성주의가 이와 같이 학습자의 능동적 활동만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단정한다면 별볼일 없는 이론이라고 단정해도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학습의 능동적 구성은 지금까지 많은 학자들이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구성주의에서 보다 핵심적인 요소는 ‘맥락’이다. 맥락의 사전적 의미는 전후 관계, 경위, 배경, 상황 또는 한 개인 또는 집단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생물학적․심리학적․사회문화적 총체이다. 다시 말하면 맥락이란 인식 주체가 어떤 대상 혹은 현상을 인식하여 해석할 때 해석의 바탕이 되는 환경 또는 상황적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는 창의성과 다양성을 요구하는 지식정보화사회로서 신지식과 지식 창출 능력이 국민의 삶과 질과 국력을 좌우하게 된다. 이제 문명사적 전환기에 서서 우리 교육도 지식정보화사회의 주역을 양성해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 앞에 산업사회의 양적인 교육으로부터 한 단계 높은 지적 자산을 창출할 수 있는 교육적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미래 사회를 주도할 학생들로 하여금 21세기 신한국인 상을 육성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와 지식 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분석․종합할 수 있는 능력과 변화하는 시대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객관적인 진리를 존중하는 전통적인 교수-학습관에서 벗어나 지식의 적합성과 맥락성에 근거하여 학습자 중심의 능동적 지식의 능동적 구성을 강조하는 구성주의적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비로소 왜 구성주의 교육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구성주의는 주관주의 인식론에 근거하여 학습자들이 자신이 위치한 맥락에서의 능동적인 경험을 통하여 자신에게 적합한 지식을 구성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요컨대, 교수-학습 장면에서의 구성주의는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에 책임을 지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능동적, 적극적, 자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고자 하는 학습 이론이라고 볼 수 있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자신에게 의미 있는 지식을 스스로 구성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 세상을 주체적으로 헤쳐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어야 하고 컴퓨터 중심 수업 매체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였다. 그런데 교육 에산의 부족으로 교실마다 에듀넷이나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못하고 교사에 의한 CD-ROM 활용이 많은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앞으로 가정마다 컴퓨터가 보급되어 컴퓨터 네트워크를 활용한 재택 수업이 가능해진다면 더 바랄 것이 무엇이겠는가?
구성주의 교육은 ‘교육을 교육답게 하자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학교 교육의 모든 영역에서 대화와 상호작용의 활동을 회복해야 한다. 교과 통합적 기능과 가치 통합적 기능을 뚜렷이 하고 있는 도덕과의 경우는 건전한 도덕성을 습득하도록 하는 바른 생활 및 도덕과의 교수-학습을 대화와 상호활동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실제로 도덕과에서의 구성주의적 대화학습을 위하여 경북의 초등학교 6학년 한 학급에서 있었던 연구수업과 평가협의회를 통하여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나라사랑을 실천한다’는 학습 목표를 도달하기 위하여 친구들과 함께 종이접기로 종이배나 튤립을 만들게 하고 윷놀이를 하는데 규칙을 정하여 사이좋게 하도록 하는 상호적인 대화 활동을 하는 등 구체적인 상황에서 나라 사랑을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한 수업의 한 예로 받아들여졌다.
구성주의적 교육은 사회 교육을 통해서도 접근할 수 있는데, 가령 지리 수업의 경우 학습자의 삶의 장과 그 속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이들 경험을 재구성하는 가운데 수업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구성주의적 수업이다. 학습자 수준에서 지리학자나 지리교사가 하는 것처럼 세상을 지리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 주고 직접적인 경험 박의 지리적 사상에 대해서는 아동들로 하여금 타 지역의 지리적 환경 속에 참여자로 들어가서 그들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하고 구성하여야 한다. 따라서 학습 목표는 어떤 지역의 지리적 특성을 알고 설명할 수 있도록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구성할 수 있는 것 중에서 학습자들의 관심과 흥미 혹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가 하며 하나의 주제 속에는 수많은 하부 주제가 있고 이들 주제 사이에는 연계성이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에서 그래서 구성주의 교육이로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학과에서는 왜 구성주의 교육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 보면, 수학이 인간의 현실을 초월한 절대적인 세계이고 수학적 진리는 영구성을 가진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에서 벗어나 생활 주변의 구체적인 세계이며 수학적 진리도 개인적 활동이나 경험들로부터 구성된다는 교수-학습관에서 출발하면 참으로 흥미 있는 과목의 하나이다. 가령 원주의 길이는 지름의 약 몇 배가 되는가를 이해시키기 위하여 지름의 길이가 1cm인 원에 내접하는 정육각형과 원에 외접하는 정육각형을 그리고, 다음에 그 변의 수를 2배로 한 내접정다각형과 외접정다각형을 그려 나가면 점점 원주에 가까워지는 것을 이용하여 변의 수가 6, 12, 24, 48,……이면 내접다각형은 3, 3.105, 3.132, 3.139,……가 되고 외접다각형은 3.464, 3.215, 3.159, 3.140,……이 되어 원주율은 3.141592653589793238……가 되어 약 3.14배로 약속한다고 가르친다면 학생들이 얼마나 이해를 하며 수업에 즐겁게 참여할 것인지 의심이 간다. 그런데 크고 작은 몇 개의 접시, 그릇, 깡통, 셀로판 테이프 등을 준비하여 자로 여러 가지 물건의 둘레와 지름의 길이를 잰 다음에 둘레의 길이를 지름으로 나누어 보게 한다. 물론 학습들에 따라서는 오차가 생긴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계산 결과를 토대로 3.14라는 원주율은 얼마든지 얻어낼 수가 있다. 또 셀로판 테이프는 지름의 길이만 재고 둘레는 테이프를 완전히 한 바퀴가 되도록 잘라 자에 붙여서 비교적 정확한 값을 얻어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하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원주율이 3.14이라는 지식을 구성해 나간다면 매우 재미있는 구성주의 학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구성주의와 과학교육인데 교사는 과학자가 알고 있는 지식의 양의나 질보다 훨씬 떨어지기 때문에 실제로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지식이 잘 조직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여겨졌다. 가령 우리 주변에 있는 식물은 명아주와 같은 쌍떡잎 식물과 강아지풀과 같은 외떡잎 식물이 있음을 가르칠 때 교사가 학생들을 데리고 운동장 구석으로 나갔다고 치자. 그런데 교사가 운동장에 있는 풀의 이름을 사전에 식물도감을 통하여 미리 가르쳐야 할 풀 이름에 대하여 그 개념을 이해해 두지 않고 나갔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상이다. 학생들이 여라 가지 풀을 뽑고 교사에게 ‘쌍떡잎 식물인 것은 알겠는데 이 풀 이름이 뭐예요?’리고 질문을 했을 때 풀 이름을 1/4이라도 알 수 있을까? 물론 어떤 교사는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학생들에게 식물도감을 나누어 주어 찾아보게 할 수도 있는데 도감의 사진과 실물을 보고 동정하는 것이 전문가도 어려운데 학생들이 과연 제대로 풀 이름을 식별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경우 학습 목표와는 동떨어진 ‘식물의 이름 알기’로 빗나가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교사는 단위 사간에 가르칠 것에 대한 개념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특히 과학 교육에서는 학생들이 똑같은 실험 주제를 가지고 실험을 해도 실험상의 조건이나 실험 방법의 미숙으로 인하여 결과가 매우 달라질 수도 있는데 교사는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수업 상황에 초점을 맞추어 계속 변화․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구성주의에서의 진리나 지식은 사회적 참여를 하고 있는 개인의 인지적 작용의 결과인 만큼, 교사는 어디까지나 학습을 돕는 조언자로서 수업의 전체적인 목표만을 제시하고, 보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학습 목표는 학생 스스로 수업을 진행해 나가면서 개인의 흥미, 관심 및 능력을 고려해서 결정해 나간다는 것이라든가 평가의 경우도 본인 스스로가 자신의 학습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나 동료 평가 등이 요즘 교육 현장에 확산되고 있는 ‘열린 교육’에 많은 이론적 근거를 제시해 주고 있음을 알았다. 구성주의라는 용어가 아직도 내게는 생소해서 그런지 어려운 부분도 많았으나 그래도 방학 동안에 좋은 연수가 되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뿌듯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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