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는 즐거움/연습으로 쓰는 글

벼랑 끝에서

옥상별빛 2018. 8. 25. 22:32

 

이제 한걸음만 내딛으면

모든 것이 끝이다.

 

사랑하는 가족도

좋아하는 친구도

 

맛있는 음식도

아름다운 노래도

 

이제는 다 정리할 순간이다.

 

멀리 보이는 경관이 좋아보인들

무슨 소용 있으랴.

 

천 길 발 아래를 조망하면

하얀 파도가 부서지는 망망대해

 

흰 파도가 어서 오라

하얀 이를 드러내며

요란한 소리를 낸다.

 

이제 딱 한걸음이면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을 청산하고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는

수많은 고민과 갈등을 했지만

 

이제는

다 잊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오직 딱 하나

 

왜 뛰어내리지 않으면 안 되는지

이유가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과 다투어서 왔다면

너무 치사한 일이다.

내가 이해하고 말면 되는데

뛰어내릴 자격이 없다.

 

자신의 성격이나 외모를 비관해서 왔다면

너무 바보같은 일이다.

자신보다 못한 사람도 많은데

뛰어내릴 자격이 없다.

 

실직하거나 빚 독촉에 시달려 왔다면

너무 옹졸한 일이다.

다시 일어설 기회가 많은데

뛰어내릴 자격이 없다.

 

성적이 나쁘거나 시험에 낙방해서 왔다면

너무 잔인한 일이다.

기회는 여전히 있는데

뛰어내릴 자격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떠나 슬퍼서 왔다면

너무 미친 일이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마는데

뛰어내릴 자격이 없다.

 

불치의 병에 걸려 시한부 삶을 사는 것이 과로워 왔다면

너무 어리석은 일이다.

살아있는 동안 해 볼 것 다해도 모자란데

뛰어내릴 자격이 없다.

 

죄를 지어 잡히면 감옥 가는 것이 두려워 왔다면

너무 비겁한 일이다.

감옥에서 개과천선 해서 나오면 되는데

뛰어내릴 자격이 없다.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으려면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성급하게 왔다면

뛰어내릴 생각을 거둬야 한다.

 

죽음은 한번뿐이고

연습이나 시행착오는 없다.

 

내가 세상을 버린다고

세상은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생과 사의 경계선인

벼랑 끝은

아무나 오는 곳이 아니다.

 

뛰어내리지 않으면 안되는

누가 봐도 동정이 가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 오는 곳이다.

 

벼랑이란

누구나 올 수 있게 확 열려 있지만

아무나 뛰어내릴 수 없게 꽉 막힌 곳이다.

 

 

 

*사진 출처 : 페이스북

'알리는 즐거움 > 연습으로 쓰는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원이란 없어라  (0) 2018.08.27
살다 보면  (0) 2018.08.26
양파 앞에서  (0) 2018.08.18
진정한 울음  (0) 2018.08.18
심각한 장애  (0) 2018.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