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뜨거운 여름을 잉태하면서
하얀 미소를 드러냅니다.
같이 놀아줄 벌과 나비가 없어도
지나가는 바람을 붙잡고
여름을 붙들고 있습니다.
어느 화원에서 이사온지 어언 30년동안
백합의 선조는 늘 그 자리를 지켰습니다.
바람에 날리는 꽃씨들은
바람에 몸을 맡기어
이곳저곳에 후손을 퍼뜨리지만
뿌리 깊은 백합은
그저 한곳에서 버틸뿐입니다.
수많은 시간이 흘러도
타향도 고향인양 오래 버티고 있습니다.
불타는 태양도 이겨내고
사나운 태풍에도 스러지지 않으며
백합은 이곳만 고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