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떠밀려 돌아다니다가
벽돌 틈에 간신히 거처를 잡아 고개를 내밀었지.
비록 작렬하는 태양이 괴롭혀 목이 말라도
벽돌 틈에는 물을 숨겨 놓고 조금씩 빨아들이지.
내가 무서워하는 것은 태양이 아니라
지나가는 행인들이지.
살 곳을 잃어
낯 선 곳에 혼자서 버티는 것도 힘든데
무심코 나를 밟고 지나가는 사림이 있을까 봐
위로 위로 고개를 내밀지 못하지.
그러나 우리 조상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버틸 수 있지.
틈만 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