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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앞선 시인 황진이(黃眞伊)

옥상별빛 2016. 7. 28. 09:34

황진이에 대한 생사는 알 수 없는 것은 아마도 서녀인 때문인 듯하다.

그녀가 서경덕, 벽계수와 교류한 컷으로 보아 중종조 사람인 것은 확실하다.

기록에 따르면, 개성 황진사와 진씨 성을 가진 현금이라는 여인 사이에 태어났다는 설과 맹인의 딸로 태어났다는 설 두 카지가 있는데, 후자가 더 유력하다.

 

서녀 출신임을 비관하여 스스로 기녀가 되었다는데 여류시인으로 본명은 진(眞), 기명(妓名)은 명월(明月)이다.

 

양반집 딸 못지않게 학문과 예의범절을 익힌 것으로 보아 물질적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그녀는 여덟 살 때 천자문을 배우고 열 헌 살 때 한문 고전을 읽어 한시를 지을 정도로 재능을 보였을뿐만 아니라 서화와 가야금에 뛰어났다고 한다.

그녀는 많은 선비들과 전국 유람을 하고 그 가운데 수많은 시를 남겼다고 하나 지금까지 세상의 풍류객ㆍ영웅호걸ㆍ시인 등을 상대로 호화로운 듯하면서도 인생의 비애와 애수가 짙은 그의 시조 6수만 전해지고 있다.

 

황진이는 자존심도 강하여 당시 10년 동안 수도에 정진하여 생불(生佛)이라 불리던 천마산 지족암의 지족선사(知足禪師)를 유혹하여 파계시키기도 하였다. 당대의 대학자 서경덕을 유혹하려 하였으나 실패한 뒤에 사제관계를 맺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황진이는 박연폭포(朴淵瀑布)·서경덕과 함께 송도삼절(松都三絶)로 칭송되고 있다.

 

 

* 동지(冬至)ㅅ 기나진 밤을

동지(冬至)ㅅ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

춘풍(春風) 니불 아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해석)

동짓달 긴긴 밤의 한가운데를 베어 내어,

봄바람처럼 따뜻한 이불 속에 서리서리 넣어 두었다가,

정든 임이 오신 밤이면 굽이굽이 펼쳐 내어 그 밤이 오래오래 새게 이으리라.

 

* 어져 내일이야

어져 내일이야 그릴 줄을 모로냐.

이시라 더면 가랴마 제 구여

보고 그리 情(정)은 나도 몰라 노라.

 

(해석)

아! 내가 한 일이 후회스럽구나.

이렇게도 사무치게 그리울 줄을 미처 몰랐더냐?

있으라 했더라면 임이 굳이 떠나시려 했겠느냐마는 내가 굳이

보내 놓고는 이제 와서 새삼 그리워하는 마음을 나 자신도 모르겠구나.

 

* 청산리(靑山裏) 벽계수(碧溪水)ㅣ야

청산리(靑山裏) 벽계수(碧溪水)ㅣ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一到滄海)면 도라오기 어려오니,

명월(明月)이 만공산(滿空山)니 수여 간들 엇더리.

 

(해석)

청산 속에 흐르는 푸른 시냇물아, 말리 흘러간다고 자랑 마라.

한번 넓은 바다에 다다르면 다시 청산으로 돌아오기 어려우니

밝은 달이 산에 가득 차 있는, 이 좋은 밤에 나와 같이 쉬어 감이 어떠냐?

 

* 산(山)은 녯 산(山)이로되

산(山)은 녯 산(山)이로되 물은 녯 물이 안이로다.

주야(晝夜)에 흘은이 녯 물이 이실쏜야.

인걸(人傑)도 물과 야 가고 안이 오노라

 

(해석)

산은 옛날의 산 그대로인데 물은 옛날의 물이 아니구나.

종일토록 흐르니 옛날의 물이 그대로 있겠는가.

사람도 물과 같아서 가고 아니 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