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쌓는 즐거움/독서 노트

학교단위의 책임경제제의 성공을 위하여

옥상별빛 2013. 4. 3. 22:35

‘학교교육의 구조적 개혁’을 읽고 나서

 

한 나라가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되면 그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기 위하여 전반적인 교육개혁을 단행한 사례가 몇 가지 있다.

에를 들면, 1929년을 전후하여 미국이 경제대공황을 맞이했을 때에 진보적인 아동중심교육의 나약성을 비판하였고, 1957년에 소련에서 먼저 인공위성을 발사했을 당시에는 학문중심 교육과정을 단행하여 교육 발전의 발판을 새롭게 하였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미국은 공교육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하여 ‘학교 재구조화(school restructuring)’를 교육개혁의 중심 과제로 삼아 추진 중에 있다.

그리고, 1992년 영국에서 발간된 교육백서에서는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지표를 개발하여 교육의 성과를 높이려 하고 있다.

한편, 우리 나라에서도 조선 말기에 서양 세력과 일본의 침략적 야심을 품고 있을 때에 갑오경장을 단행하여 근대식 학교로 출발하는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한 바가 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1998년 12부터 비극적인 ‘IMF 구제 금융’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맞이하게 됨에 따라 경제뿐만 아니라 교육에서도 반성의 소리가 드높아지기 시작했다. 1945년 이후 우리 국민들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착실히 경제 성장을 거듭할 수 있도록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값싼 노동집약적 산업을 육성한 덕택이었으나, 우수한 기술이 없으면 국가간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이 그 동안 입시 위주에만 치우쳐서 창의력, 문제해결력과 같은 고등정신 기능을 발달시키지 못한 것이 오늘날과 같은 극도의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는 실정에 이르게 한 것이다.

이제 몇 달 후면 도래할 대망의 21세기는 단순한 연대기적 미래가 아니며, 고도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요구하는 지식정보화사회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신지식과 지식 창출 능력이 국민의 삶과 질과 국력을 좌우하게 된다. 그래서 교육부에서는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학교의 재구조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새학교문화창조’를 발표함으로써 교육 현장에서는 입시위주 시험에서 탈피하여 지식정보화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성 신장 교육과 인성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싹트고 있다. 교육부가 요구하는 대로 학교공동체 모두가 학교현장의 문제점을 스스로 고쳐 나가면서 학생의 자아실현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창의성 신장과 인성교육을 꾸준히 추구해 나갈 수 있으려면 학교 공동체 구성원이 학교교육의 정상화에 방해가 되는 학교운영 구조를 바꾸어 현장 중심의 교육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등 일련의 학교의 재구조화가 이루어져야 하나, 우리 나라에서는 선진국보다 다소 늦은 감이 든다.

이 책은 이러한 우리 나라 교육의 시대적 위기 상황을 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교육 선진국에서 붐처럼 일고 있는 학교 재구조화에 대한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참으로 읽어볼 가치가 있었다.

재구조화’란 용어는 미국에서 1972년에 한 학자가 발간한 책에서 처음 등장하지만, 당시에는 이렇다할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1980년대 말 M. Cohen과 J.L.David 등을 통하여 ‘학교교육의 재구조화’ 개념으로 본격적인 사용을 거치면서 미국의 교육개혁을 대표하는 용어로 전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한다. 그래서 1992년부터는 교육학 용어 사전에 학자들에 따라서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는 ‘학교 재구조화’란 개념을 정리하여 ‘학교교육의 중앙집권적인 권한을 감소시키고 학교 수준의 의사결정권을 부여하며, 학생과 학부모를 포함하는 고객들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하여, 학부모나 지역사회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며, 이를 토대로 지역사회의 요구가 고려되어진 지역화된 교육과정을 만드는 데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선진국에서는 어떻게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 나의 최대 관심사였는데, 미국에서는 학교운영위원회 운영, 교사의 책무성 강화, 교수-학습 방법 개선, 교육과정 운영구조의 개선 및 학교 경영체제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었고, 영국에서는 새로운 학교를 통한 다양성의 조장, 학교의 자율성과 책무성 증진, 학부모의 알 권리 및 학교 선택권의 증진 등에 교육개혁의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낯익은 용어들이 많이 등장한 것으로 보아 우리 나라 교육부에서 ‘새학교문화창조’의 주요 추진 내용을 수립함에 있어서 이들 나라의 교육개혁을 많이 모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일본의 경우는 내가 일본에 임시 체류할 당시(1983년~1985년)에 마침 ‘임시교육심의회’가 설립되었는데, 몇 가지 교육개혁을 단행 과제를 선정하여 수 차례 토론회와 공청회를 하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본에서는 어느 한 가지의 교육개혁도 임시교육심의회나 문부성에서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 차례 논의를 거친 다음 현장에 적용해 보고 다시 문제점이 생기면 수정하여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는 등 교육개혁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교사들 중심의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아니라, 몇몇 사람들이 만든 위로부터의 개혁이고, 학교 여건상 실시하기 어려운 정책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교사들의 반발만 사는 것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면이 보여졌다.

열린교육의 예만 보아도 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수업 방법을 개선하자는 열성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몇 년 안 되어 전국적으로 급속히 확산되지 않았는가? 물론 열린교육을 위한 교육환경 개선에는 교육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분위기 확산에 큰 기여를 하였지만, 만약에 교육부에서 처음 열린교육을 부르짖었다면 그 결과는 오늘날과 매우 다른 양상을 보였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교육과 학교의 운영에 관한 중요한 권한이 중앙 행정조직에 집중되고, 일선학교는 단순히 최말단의 집행 단위가 되어버리는 관료화된 학교조직은 사회의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고,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지역사회의 요구를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세계적으로 새로운 경쟁 시대를 맞아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만이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학교경영의 자율성에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본래 학교 단위 책임경영제는 기존의 교육과 학교조직에 변화를 주기 위해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미국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선진국 교육개혁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학교 단위 책임경영제’는 교육행정기관이 갖고 있던 학사 운영, 재정 및 인사상의 권한을 단위학교 운영 주체에게 위임하여, 교육과정과 인사, 그리고 재정에 관한 결정이 단위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학교를 자율 경영하게 되고, 그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제도라 하겠다. 이러한 학교 중심의 경영제가 이루어지면 교육과정 운영에 관한 결정을 학교 단위로 하기 때문에 단위 학교의 상황에 적합한 운영을 함으로써, 교육의 생산성과 효과성을 이전보다 훨씬 높일 수 있고, 교육에 관한 의사결정에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참여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로부터 학교에 대한 지원을 확보하고 그들의 학교교육 참여를 활성화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 뿐만 아이라, 교장이나 교사들은 권한 없이 책임만 지던 위치에서, 권한과 함께 책임도 지는 위치로 변화되어 그들로 하여금 직무에 대한 만족과 교육전문가로서의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

그래서 이미 단위 학교 책임경영제를 도입하여 성공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미국, 영국, 독일, 일본에서는 원칙적으로 민주성, 전문성, 자율성, 지역성, 개별성 및 다양성의 원리에 입각하여 학교 경영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있는데, 교육여건의 조성을 위한 지원의 강화, 학교 경영에서 학부모 및 지역사회인의 참여 확대, 단위 학교 내의 각종 위원회의 활성화, 학교 운영위원회의 권한 강화 및 단위 학교 경영결과에 대한 평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다양한 평가 기준 및 평가 도구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어서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립하는데 많은 참고가 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단위 학교 책임경영제 운영을 위하여 현재 우리 나라 학교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학교와 학급 규모가 선진국에 비하여 크기 때문에 첫째, 학습자의 능력과 개성을 고려하여 학급 집단 편성을 통한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개별지도를 하기 곤란한 점, 둘째, 아직도 지나친 교육열에 따른 점수 학력 위주의 교육풍토, 교사의 잡무 처리에 따른 교사의 수업 준비 부족, 교재의 미비 등으로 인하여 교과서 중심의 획일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 셋째, 과중한 교과 부담과 수업 시수, 과밀학급, 학습 자료의 부족 등으로 강의식 수업 방법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점, 넷째, 중학교의 경우에 발생하고 있는 문제인데, 교과목의 수가 많고 필수과목 이수 단위가 너무 많아 다양한 학습자의 특성에 적합한 수업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의 네 가지 이유 때문에 교사의 전문성을 신장할 수 없다는 지적하고, 교육에 필요한 3요소인 교사, 학생, 자료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수업 운영에서 교원에게 요구되는 전문성으로서 첫째, 동일한 교육과정에 같은 교수방법을 통하여 학생에게 학습 경험을 시킨다고 해도 모두 다른 학습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학습자의 학습에 관련된 능력을 파악하여 그 능력에 맞는 학습방법을 안내할 수 있어야 하고, 둘째, 교사는 학생이나 지역 그 밖의 여러 요인들을 고려하여 상황에 맞게 교과 내용을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며, 셋째,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학습자의 참여와 동기유발을 꾀할 수 있는 수업매체의 활용을 위하여 자료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고, 넷째, 학생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학습 형태를 고안하고 각 단계에 맞는 학습자료를 마련해 주어 학생 스스로 주체적인 학습을 해 나갈 수 있도록 교과 지도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과, 다섯째, 교사 스스로의 끊임없는 자기 개발 노력이 교사의 전문적 자질 함양에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는데, 전적으로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학교 교육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사람은 바로 교사들이기 때문에 교사들이 어떻게 교육하느냐에 따라 학교 교육의 성과와 모습이 달라진다. 하지만 교원의 월급이 깎이고 정년이 단축된 데다가 잡무는 계속 느는 현 시점에서 교원들을 우대하여 그들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만 있다면 교원들이 보다 더 의욕적으로 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는데 이는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당국은 ‘학교경영의 자율성’이라는 것을 내걸면서 학교장의 권한과 책임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저해하는 요인을 제거해 주고 , 교직원에게도 적정한 권한을 배분하여 참여적 의사결정을 통하여 교육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각종 협의회가 활성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아진다. 개별적으로 행동하는 부분의 합보다 더 큰 생산성을 가져오는 전체의 협동적인 활동인 시너지 효과를 학교 조직 내에서 창출할 수 있으려면 교사를 포함한 학교 구성원 모두가 교육 활동에 적극적인 참여와 자발적인 실천을 가능하도록 학교의 의사 결정 체계를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학교 경영은 과거의 비민주적 요소를 과감히 없애고 학생들을 위하여 어떻게 봉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가장 합리적이고 가장 민주적인 방법들이 동원되어 차근차근 실천해 나갈 때 우리 나라 교육의 미래는 한 층 밝아질 것이다.

21세기의 우리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역사적 과업인 교육개혁을 위하여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하였는지 반성을 하면서 책장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