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는 즐거움/가슴으로 읽는 글

바지랑대의 추억

옥상별빛 2021. 7. 4. 07:22

빨랫줄을 아무리 단단히 묶어도 무거운 이불이나 물기가 많은 옷을 여러 개 널면 빨랫줄은 아래로 축 쳐지기 마련입니다.

 

이때 바지랑대 한두 개를 중간에 받쳐 올려주면 세탁물이 바닥에 닿지 않아 안심이 됩니다.

 

바지랑대는 아무리 바람이 심하게 불어도 상하좌우로 흔들릴뿐 절대로 바닥으로 쓰러지는 법이 없습니다.

 

특히 바지랑대는 냉장고도 없던 시절에는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가 없어 식량 비축을 위해서도 필요했습니다.

 

무우말랭이, 고구마 절간, 옥수수, 호박, 고추, 생선, 육류 등등.

 

하지만 쥐나 고양이가 넘보지 않게 하려면 바지랑대에 기어오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숙제였습니다.

 

어쩌면 부모님이든 어린 자식들이든 바지랑대는 우리 가족의 삶의 줄을 탱탱하게 받쳐주는 기둥이었는지 모릅니다.

 

빨랫줄에 바지랑대를 받쳐 치켜 올렸다가도 비가 오려고 하거나 날이 저물 때 거두어 들으려면 바지랑대를 낮추면 되었으므로 키가 작아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유년 시절의 고향 집에는 마당을 가르는 빨랫줄이 있지만 바지랑대는 사라진지 오래되었습니다.

 

우리집만이 아니고 이웃집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요새는 세탁건조기에 밀려서 빨래를 밖에 내다 말리는 일이 줄어들고 자연히 빨랫줄까지 사라져가고 있으니 씁쓸한 느낌입니다.

 

온 가족이 의존하던 아버지를 여의고 허전한데 바지랑대마저 사라지고 없으니 고향 집 추억은 점점 지워지고 있습니다.

 

이제 바지랑대는 영원한 그리움이 되고 말았습니다.

 

 

* 사진 출처: 네이버

 

 

'알리는 즐거움 > 가슴으로 읽는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헨리 키신저의 공부법  (0) 2022.01.17
15분이면 됩니다  (0) 2021.11.22
윤석열 전 총장의 출마선언 전문  (0) 2021.06.29
어버이날에  (0) 2021.05.08
성공의 지름길은 도덕성이다  (0) 2021.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