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새벽이다.
자가용을 놔 두고 일부러 고향으로 가는 버스 시간에 맞춰서 일찍 일어났다.
첫차는 6시 6분, 그 다음은 6시 26분에 있다.
우유에 미숫가루를 타서 마시고 집을 나온 시각은 5시 54분경이었다.
집에서 정류장까지는 15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느긋하게 두번째 차를 탈 생각으로 걸음을 옮겼다.
귓가까지 목도리를 했어도 찬바람은 귓가를 때린다.
여느 때보다 빨리 걸었는지 횡단보도만 건너면 버스 정류장이다.
여유있게 물도 사서 마시며 20여 분을 기다릴 참이었다.
그런데 횡단보도 100 m쯤 떨어진 곳에 버스가 신호 대기중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내가 타야 할 버스였다.
슈퍼에 들러 물을 살 시간도 없이 첫차를 타게 된 것이다.
버스 안에는 8명의 손님이 앉아 있었다.
다들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의 복장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가정살림이 어려운지 새벽부터 일터로 나서는 사람들이 측은하게 보였다.
사실 살기가 힘들어도 부지런히 움직이기만 한다면 굶지는 않는다.
물가가 비싸도 그만큼 일당도 비싸니 적게 벌고 적게 쓰면 되니 말이다.
버스로 한 시간쯤 달려 내릴 목적지가 가까와진다.
하지만 아직도 해가 뜨려면 40분은 더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일찍 일어나 첫차를 탄 것이 행운이었다.
오늘이 성탄절인데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무슨 별다른 의미가 있으랴!
병원을 오가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복에 겨운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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