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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산 없는 소송을 제기한 트럼프 대통령

옥상별빛 2020. 11. 13. 05:55

미국 선거에서 투표가 개표되고 몇 시간 후, 도널드 트럼프는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선거 사기 행각을 주장하며 "우리는 미국 대법원으로 갈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미국 대법원의 판결에 달려있는 유일한 선거는 앨 고어가 조지 W 부시에게 패배한 2000년이었습니다.


그래서 두 선거를 비교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지만 여기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2000년 선거는 두 후보가 불과 수백 표 차이로 분리된 플로리다주에 귀결되었었는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주에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00년에는 미국 역사상 가장 논란이 많은 투표 중 하나였는데 당시 민주당 앨 고어 부통령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아들인 텍사스 주지사와 맞붙었던 대선입니다.


당시 여론 조사 결과 그 경선이 거의 끝날 것으로 나타났으나 밤이 깊어가면서, 그 결과가 플로리다와 선거인단 25표(현재 29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투표용지가 집계되자, 미국 방송사들은 처음에 앨 고어의 승리를 보도했다가 나중에 결과가 예측하기에 너무 가까웠다며 그것을 철회했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방송사들은 조지 W 부시가 플로리다를 이겼다고 차례로 선언했습니다. 

 

이세 부시는 고어 씨가 부시 대통령에게 양보를 요청했지만 들어줄 리가 없었습니다.


선거 당일 밤 1784표를 얻은 부시 대통령이 근소한 표차로 인해 플로리다 법에 따라 자동 재검표를 요청했고 다음날부터 재개표를 시작했는데 표차를 327표로 줄였습니다. 

 

이어 고어 선거캠프는 개별 카운티에 수동 재검표를 요청했고, 많은 법적 논쟁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미국의 시선이 플로리다에 쏠린 가운데 뉴스 방송사들은 스크루티너들이 당시 투표기에 구멍을 뚫을 때 만들어진 작은 종이 조각인 "걸리는 채드"를 검토하는 장면을 보도했습니다.


플로리다의 일부 공화당 지지자들은 마이애미에서 재검표 중단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 혼란은 미국 대법원이 재검표 결과 부시 대통령의 합법적인 당선에 "필요하고 정당하지 못한 구름"이 드리워질 것이라며 부시의 손을 들어주면서 끝났습니다. 

 

최종 득표율은 주 전체 600만 명 중 537표 차였습니다.


고어 씨는 법원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지만, "국민으로서의 우리의 단결과 민주주의의 힘을 위해, 나는 양보를 제의한다"고 말했습니다.


고어 전 대통령은 전국 총 투표율이 48.38%로 부시 전 대통령(47.87%)을 앞섰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뒤져 정말 아깝게 대선을 놓쳤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승산이 없음에도 몇 개 주에 걸쳐 소송을 제기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최근 트럼프 선거캠프와 공화당은 이번 대선의 승패를 결정한 핵심 경합주들인 미시간주, 조지아주, 애리조나주, 펜실베이나주를 상대로 개표를 중단하거나 우편투표를 따로 취급해달라는 등의 소송을 무더기로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들 네 개수는 모두 주의회에서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곳으로 이들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 수는 도합 47명입니다.

 

만약 법원이 트럼프 캠프 주장을 받아들여 이들 모두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하게 된다면 이론적으로 대선 결과는 뒤집히게 되자만 법률 전문가들은 실제로 법원이 이같이 결정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선거 결과 확정을 막으려면 대규모 선거 부정의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까지 트럼프 캠프는 이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확실한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소송을 통해 선거 결과 확정을 막으려는 시도는 주민들이 이미 투표했는데도 주 의회가 선거인단 임명권을 갖게 되는 건 민주적 절차를 지독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캠프는 공화당이 개표를 참관할 때 민주당과 비교하면 불평등한 대우를 받았다며 “집계에 사기나 불법 투표가 하나도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하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법원은 트럼프 캠프가 미시간주, 조지아주를 상대로 각각 제기한 개표중단 청구, 우편투표 분리 청구를 이미 지난 5일 기각한 바 있는데 선거 결과를 번복시키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름답게 자리를 물려주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졸렬하고 창피하게 쫓겨나기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미국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길 것 같습니다.

 

 

* 기사 내용 및 사진 출처: c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