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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라의 효과

옥상별빛 2020. 6. 23. 04:21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요, 삐라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만큼 삐라는 심리전의 일환으로 군인들의 사기를 꺾는데 큰 효과가 있습니다.

 

방송과 같은 언론매체보다도 그림이 들어 있는 한 장의 삐라는 군인들을 동요시키는데 좋은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분단의 아픔 속에서 우리나라와 북한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삐라를 뿌렸을지 상상해 보면 정말 놀랍습니다.

 

분단 70년이 넘도록 우리나라와 북한이 서로 상호를 비방하고 모욕하며 보낸 삐라는 어림 잡아 10억 장 이상이라고 합니다.

 

단순히 수치로만 보면 '많구나' 생각하겠지만 수치로 헤아리면 이렇습니다.

 

삐라의 크기가 다르겠지만 예를 들어 A4 용지의 1/2 크기는 약 가로 14cm,세로 21cm입니다.

 

세로 21cm를 다섯 장 이으면 104cm가 되는데 약 1m라고 칩시다.

 

500장이면 100m, 5000장이면 1000m로 1km가 됩니다.

 

5억 장이면 10만 km이니까 두 배인 10억 장은 20만 km나 됩니다.

 

지그 둘레가 약 4만 km이니까 지금까지 뿌린 삐라를 가지고 지구를 다섯 번 감아 붙였다는 셈입니다.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숫자입니다.

 

 

남북분단 70년 동안 뿌린 삐라의 내용도 많이 달랐습니다.

 

1960년대부터 70년대까지는 공산주의가 가장 강세를 보였던 시기입니다.

 

6.25 전쟁 이후에도 삐라의 응수는 계속되어, 우리와 북한이 서로의 사상, 체제의 우위성을 주장하는 성격을 띠었습니다.

 

당시 우리는 북한은 우리보다 경제력이 앞서고 자신들의 국가가 멋진 나라라고 선전했기 때문에 김일성의 사상을 동경해 북한으로 넘어간 국민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부터는 우리 경제력이 북한을 월등히 앞서고 있기 때문에 정신병자가 아닌 이상 북한의 거짓선전에 속아 월북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보내는 삐라의 내용도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성장을 이루고 자유와 평화를 누리는 전단이 많이 살포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방송 매체를 통하여 '당신들은 지도자에게 학대받고 있다. 한국에 오면 굶지 않는다. 노동 할당량을 달성하지 못해 수용소로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라는 선전의 효과로 탈북자 수는 점점 늘었습니다.

2000년대가 되면 전단에 USB 메모리와 SD카드를 달고 김씨 세습 정권이 얼마나 독재적인지, 반면에 한국이 얼마나 잘사는지 영상으로도 알 수 있는 삐라도 보내졌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보내진 삐라의 내용은 김정은은 불륜의 자식이고 아버지 김정일은 옛 소련의 야전병원 출신이라고.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 중에는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와 측근 남성이 알몸으로 뒹구는 합성사진도 뿌려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관계를 떠나서 우리가 보기에도 너무 추잡스러워 보이는 내용이 김정은에게는 가장 큰 모욕이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삐라가 북한에 주는 충격은 엄청 큽니다.

 

북한에서도 삐라를 보면 줍지 않고 몰래 스마트폰으로 촬영해보리면 그만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북한이 더이상 삐라를 간과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짜증난다',  '철면피'라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김여정의 막말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삐라 사건을 계기로 군사분계선 인근 비무장지대 진입을 예고하고 우리와 결별할 때라며 국내외에 호소하고 있는 있습니다.

북한은 이참에 김여정을 부각시키고 2018년 9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에 아무런 진전이 없는 것을 우리 탓으로 돌리려 추태를 부리고 있습니다.

 

삐라는 단순한 종잇조각에 불과하지만 아날로그적 선전 수법이 북한의 지도체제와 남북관계를 크게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 사진 출처: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