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는 즐거움/나의 일기, 나의 삶

보리콩 꽃 앞에서

옥상별빛 2020. 3. 26. 07:02

운동을 하고 집으로 향하는데

짜투리 땅에서 보리콩 꽃이 활짝 핀 것을 보고 잠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보리콩 꽃은 향기는 없어 벌들이 안 모여도

하얀 얼굴로 사방을 물들이기에 충분합니다.

 

예로부터 보리콩은 다른 작물과 함께

이모작으로 가꾸어 왔습니다.

마늘이나 보리를 심은 고랑에 심어

6월에 수확을 했습니다.

 

어머님께서도 집안의 텃밭 울타리를 따라

해마다 보리콩을 심으시고 정성껏 가꾸셨습니다.

 

보리콩은 병충해에 강하지만

줄기가 약해서 약한 바람에도 잘 쓰러지므로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돌담 주위에 많이 심으셨습니다.

 

보리콩은 차가운 눈보라를 이겨내고

꽃샘  추위에도 꿋꿋이 버티다가

3월이면 하얗게 꽃을 피우고

4월이면 꼬투리를 내밀었다가

5월이면 초록색으로 익어갑니다.

 

어머님께서는 보리콩이 여물어 갈 때면

보리콩을 뿌리째 매어 오시고는

거친 손으로 한 알 한 알 모아서

작은 물병에 담고 냉동실을 가득 채워 놓으시고는

자녀들을 기다리십니다.

 

육남매에게 두세 개씩 나누어 주시고 남은 것은

어머님의 몫입니다.

 

해마다 6월이 오면

그냥 흰 쌀밥만 먹지 말고

보리콩을 섞어 밥을 지으라고 말씀하시던 어머님!

 

작년 보리콩 꽃이 화사하게 고개를 내밀 때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이제는 어머님이 챙겨 주시던 보리콩이 없고

보리콩 밥도 먹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보리콩 꽃을 보면

어머님의 사랑과 정성과 고마움이 많이 느껴집니다.

 

향기도 없는 보리콩 꽃 앞에서

향기가 가득하셨던 어머님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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