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는 아침에 깨기만 하면 할아버지에게 바닷가에 가자고 조른다.
손자는 바람이 불든 파도가 세든 막무가내이다.
그저께도 어김없이 할아버지는 손자를 데리고 바닷가에 갔다.
바닷가에 갈 때마다 할아버지는 뭔가 새로운 것을 잡아야 하는 부담도 많다.
할아버지는 물이 빠질 때 손자에게 상조간대부터 좁쌀무늬총알고둥, 총알고둥, 개울라리고둥, 눈알고둥, 대수리 등을 가리키며 이름을 알려주었다.
그래도 손자는 고둥과 같은 복족강 생물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낚시로 바위 밑에 넣어 간신히 거미불가사리 한마리를 잡았다.
이것으로 손자는 대단히 좋아하여 다시 놀이터에 왔다.
여느때처럼 재미있게 놀던 아이들이 달려와
"이번에는 뭐를 잡았어?"
"이것은 거미불가사리야."
손자는 할아버지가 알려준대로 정확히 아이들에게 우쭐대며 이름을 알려 주었다.
아이들은 불가사리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지만 길고 긴 5개의 다리를 움직이는 거미불가사리를 보며 무서워하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손자는 겁도 없이 거미불가사리 다리를 쥐어 아이들에게 보여 주었다.
아이들은 움칫 물러서며 이 광경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그날 밤은 손자가 집 안에서도 거미불가사리를 잡고 재미있게 하루를 보냈다.
어제는 낚시를 할 예정으로 손자를 일찍 깨워 낚시를 하러 갔다.
오늘은 우럭을 낚아 보여주겠다고 으스대며 냉동고에서 낚시용 멸치를 가지고 바닷가로 갔다.
사실 시내에서멀지 않은 바닷가 가운에 평소 다녀보니 않는 곳으로 갔다.
우럭을 낚으려면 물이 많이 빠진 후 바위 틈을 노려야 하는데 조금 때라 낮 12기가 되어도 물이 빠지지 않았다.
옷을 적시면 여들이 있는 곳에 조금 가면 뭔가 낚일 것 같은데 그저 한마리만 낚자고 바위 위에서 물고기와 씨름을 했다.
손자는 할머니와 게를 잡으면서 놀게 하고 큰 바위에 걸터 앉아 낚싯대를 드리웠다.
잠시 기다리니까 입질을 하는데 톡톡 미끼를 쪼아 먹는 것이 어랭놀래기였다.
그런데 큰 미끼로 어랭놀래기는 낚을 수가 없어서 다른 낚시 포인트 서너 군데를 찾아 낚싯대를 놓아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하루 수 없이 어랭놀래기가 입질 하는 곳에 다시 와서 미끼를 놓았더니 툭툭 제법 묵직하게 치는 것이 느껴졌다.
할아버지는 미끼를 완전히 세게 치고 달아날 때까지 기다리다 들어올리니 정말로 우럭 한마리가 올라왔다.
손자에게 약속한 대로 목표를 달성했다.
그냥 돌아오기가 아쉬어 다시 낚싯대를 놓으니 어랭놀래기는 그동안 몇 번이나 미끼를 빼 먹도고 배개 고팠는지 얄밉게도 찔끔찔끔 뜯어먹는 것이었다.
홧김에 낚시를 잽싸게 휘둘렀더니 옆에 있던 배도라치가 가슴에 걸려 올라왔다.
너무 작아서 놓아주려고 했는데 낚시가 가슴 깊숙히 밖혀 살아날 것 같지 않아 바구니에 넣었다.
낚사하는 주면에 마침 보라성게도 있어 두 개 잡고 일찍 귀가했다.
손자는 우럭이 든 통이랑 보라성개가 든 통을 가지고 놀이터에 가서 자랑을 하였다.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24센티미터나 되는 우럭과 보라성게를 신기한 듯 한참 바라보았다.
아이들이란 신가한 것을 보고도 이내 싫증을 느낀다.
손자는 더이상 자랑할 필요가 없었는지 우럭이랑 보라성게가 든 통을 집 안에 놔두고 놀이터에 가서 어둡도록 실컷 놀다 들어왔다.
아!
내일은 바닷가에 가서 무엇을 잡아야 하나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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