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으로 대지를 달구었습니다.
바람도 구름도 다 몰아내고
온종일 뜨거운 햇빛을 작렬하며
그 위용을 떨쳤습니다.
낮에는 낮대로
밤에는 밤대로
더위 먹은 파도는 풀이 꺾이어
죄없는 바위만 간질이고
여름의 시위대 선방에 선 매미들이
새벽부터 마른 허공을 깨어 보았지만
태양을 저만치 쫓아낸 9월이 되니
아침부터 비구름이 몰려와
대지를 촉촉히 적시며 식혀줍니다.
간간히 귓가를 스치는 바람에
할 일 멈추고 창문 앞에 섰습니다.
자연은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여기저기에 향기로운 꽃들을 내세우고
풍성한 과일을 남기고 가게 되겠지요.
그런데 우리 사람들은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이마에 세월의 흔적만 남기고
무의미하게 가을을 보내면 섭섭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