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내는 즐거움/이러면 안 되지요

손글씨 리포트 논란

옥상별빛 2018. 2. 8. 07:47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글을 많이 쓰게 해서 질린 추억이 생각납니다.

 

평소에는 관심이 없으신 아버지께서 농한기인 겨울이 되면 하루에 몇 장을 쓰도록 하여 놀지도 못하고 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글씨를 많이 썼습니다.

 

그 결과 초등학교 때에는 학습부장으로 매일 저녁 칠판 가득 학습문제를 써야 하는 고생(?)도 했슾니다.

 

담임 선생님이 오늘은 무슨 과목을 쓰라고 말씀하지 않으시자 글씨를 쓰기가 싫어지니까 수학 문제만 많이 내어 친구들로부터 원망을 산 적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출석부 이름 쓰는 것도 했고 대학에 다닐 때에는 교수님의 논문을 대필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후로는 직장에 다니면서 수첩에 메모를 할 때 날림 글씨로 쓴 것이 너무 많아 다 버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수첩의 기록은 결국 자신의 역사인데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생각해어 불과 10여 년 전부터는 글씨를 정성들여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연필보다는 플러스펜을 많이 들면서 글씨체가 많이 달라져버렸습니다.

 

그래도 남이 보기에 못쓴다는 글씨체는 아니니까 역시 글씨를 많이 쓴 덕택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제 화제를 바꾸어 최근에 대학가에서 '손글씨 리포트' 에 대한 문제를 제시해 볼까 합니다.

 

1990년대 이후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리포트를 프린트물로 제출하도록 해 왔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리포트를 작성할 때 남의 것을 표절하여 제출하는 사례가 늘면서 일부 대학 교수는 손으로 직접 쓴 리포트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손글씨 리포트는 학생들에게 공부를 시키고 표절을 방지히기 위한 의도라지만 리포트 양이 100쪽이 넘게 되면 이것은 공부라기보다는 힘든 노동에 지나지 않습니다.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교수가 많은 분량으로 작성된 학생들의 리포트를 자세히 읽고 성적을 매기지 않을텐데 쓸데없는 고생을 시키고 있습니다.

 

손글씨 리포트 양이 10여 쪽 내외라면 이해가 가도 그 이상이면 교수의 갑질에 지나지 않습니다.

 

손으로 리포트를 쓴다고 해서 남의 것을 표절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까요?

 

손글씨 리포트보다는 워드 프로세서로 작성한 리포트와 파일로 제출하게 하고 표절방지 프로그램을 돌려 인용과 표절을 가려내야 내야 하지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학생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나요?

 

어차피 베낄 거라면 손으로 쓰면서 조금이라도 공부하라는 의미가 있다는 것은 교수들의 변명일 뿐이고 학생들의 입장을 헤아려 주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제출하는 리포트가 한두 과목토 아니고 여러 과목이 되다 보면 학기 내내 리포트 작성에 시달려야 합니다.

 

리포트가 30쪽이 넘으면 한두 장의 요약본을 손글씨로 작성하도록 요구할 수는 있습니다.

 

학생들이 쓰는 손글씨가 형편없다고 해서 그리고 주술 호응이 안되는 비문(非文)이라고 손으로 리포트를 쓰도록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손글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형성되어 있어야지 성인인 대학생에게 강요하는 것은 재고해야 합니다.

 

 

*사진 출처 :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