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걷기 좋은 계절은 지나가고
차가운 바람이 귓볼을 때리는 겨울이지만
내가 생각해도
이것은 아니라며
배낭을 매고 산행하던 그 날
내리는 눈에 시야가 좁아지고
하늘과 바다의 구분이 없는 날이지만
좋은 사람과 함께 걸으니 마냥 좋아서
이 순간이 오래 기억되기를 간직하며
지쳐도 안 지친 척 숨죽여 걷던 그 날
나를 바라보는 네 눈망울이 좋아서
사랑한다는 그 한마디 못하는 나이지만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들국화를 보며
너무 아름답고 예쁘다며
에둘러 감탄사를 연발하던 그 날
산 아래로 내려오며
우리 헤어지면 언제 만날지 모르지만
너에게 듣고 싶고
내가 하고 싶은 말도 없이
눈빛으로 말하며 손흔들던 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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