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스치는 바람만으로도
뻣뻣하지 못하면
며칠동안 밤낮을 더 버텨야 한다.
친구들과 거꾸로 매달린 것이 안스러운지
태양까지 힘을 합치면
나는 모는 것을 다 버리고
육신의 물기를 공중으로 흩어버린다.
내 몸 속을 빠져나간 수증기들은
언제 어떻게 만날지 모르지만
더이상 미련 따위는 없다.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내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고
이리저리 친구들과 떼지어 다니다가
재수 없이 잡혀와서
낯선 땅에서
내 의지와 관계없이
다이어트를 하고서야 용서를 받는다.
시간이 갈수록 굳어지는 육신에
파도 소리도 담고
별들의 속삭임도 담아
단단히 봉해버리면
우리는 그제서야 덕장에서 내려온다.
우리가 태어날 때에는 같은 명태였지만
죽을 때에는 저마다 이름을 갖는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얼고 풀리기를
여러번 반복해 노랗게 변하면 황태
하얗게 말라버리면 백태
검게 말라버리면 흑태
딱딱하게 말라버리면 깡태
어릴 때 잡혀와 마른 것은 노가리
죽어도 잘 죽어야
좋은 이름 남긴다.
*사진 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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