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는 즐거움/나의 일기, 나의 삶

복종이냐 거역이냐

옥상별빛 2017. 2. 21. 04:10

 

유교 풍습이 남아 있는 우리 나라에서 자식이 부모를 거역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는 절대복종을 내면에는 '효'라는 것이 감추어져 있습니다.

설령 부모가 자식에게 비양심적인 행동을 시켜도 복종할 것인지 거역할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가 있을 것입니다.

 

공자는 무조건 복종하는 것이 효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즉 부모가 납득이 가지 않는 명령을 하면 즉시 행동에 옮기지 말고 부모의 의중을 헤아려 보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직장은 윗사람이 지시하는 것이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사회 정서가 문제입니다.

경찰ᆞ검찰·군대와 같은 서열이 존재하는 집단은 특히 상사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조사를 받고 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특검은 우 전 민정수석이 국정농단 사건을 덮기 위해 청와대가 개헌 카드를 기획하는 과정에 관여했고 최순실을 알면서도 사건 은폐 작업을 주도한 것을 문제삼고 있습니다.

 

엄밀히 따져보면 정치인들이 개헌 논의를 요구해도 묵살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하필이면 최순실 국정농단이 터지자 작년 10월 24일 개헌 논의를 제안했다는 것은 '눈가리고 아옹'하고 있음을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기획하는 것을 도왔다고 죄가 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우 전 수석의 입장에서 대통령의 명령에 복종하여 개헌 카드를 쓰자는 논의를 한 것 같습니다.

 

대통령을 모시는 우 전 수석이 최순실 문제가 터졌으니까 빨리 사태 수습이나 해야 한다며 개헌에 대해서 거역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특검은 우병우 전 수석이 비선 실세 사건 은폐 시도에 적극 관여한 것이 민정수석의 직무를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지켜볼 일이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웃사람의 지시에 거역하는 것은 정말 대쪽 같은 사람 이를테면 중국의 '굴원'이 아니고서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우 전 수석도 현실과의 타협 여부를 놓고 고민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상사에 대하여 ㅡ그것이 설사 아닌 것 같아도ㅡ함부로 거역하지 못하고 복종하는 사회 분위기가 바뀌지 않고는 비근한 예가 두고두고 일어날 것입니다.

 

* 중국 초나라 굴원은 (秦)나라와 열강이 패권을 다투던 어지러운 시절, 온갖 협잡이 난무하는 정치현실에서 배척당하자 「어부사(漁父辭)」에서 "온 세상이 혼탁하나 나 홀로 깨끗하고, 모든 사람들이 다 취해 있으나 나 홀로 깨어 있었다. 이런 까닭에 내가 추방당했다"고 탄식하면서 세상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멱라강에 몸을 던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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