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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 제안, 전쟁의 출구가 될 수 있을까

옥상별빛 2025. 12. 25. 09:45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의 늪에 빠진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시한 최신 평화 구상은 국제사회에 복합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동부 지역에서의 병력 철수 가능성과 비무장지대, 혹은 자유경제구역 설치라는 제안은 전면적인 승리나 패배가 아닌 ‘관리된 타협’을 모색하는 현실적 접근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 구상이 과연 전쟁의 출구가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개한 20개 항의 평화안은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 특히 러시아의 재침공 시 미국·나토·유럽이 공동 대응에 나선다는 안보 보장은, 명목상 나토 가입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효과를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군사적 억지력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려는 전형적인 서방식 구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보장이 러시아에 의해 실제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핵심 쟁점은 역시 돈바스 지역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군 철수 대신 비무장지대나 자유경제구역이라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이는 영토 문제를 잠정적으로 ‘동결’하는 방식에 가깝다. 우크라이나가 통제권과 치안을 유지하겠다는 조건을 달았음에도, 러시아가 이를 사실상의 현상 유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동부 우크라이나 전체를 무력으로 장악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한적 철수와 상호 거리 조정이라는 제안은 러시아의 전략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럼에도 이번 구상이 갖는 의미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약 4년에 가까운 전면전 속에서 우크라이나 역시 군사적·경제적 부담이 누적되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의 지속’과 ‘경제구역에 대한 결정’이라는 양자택일을 언급한 것은, 더 이상 현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의 반영이다. 특히 미국 대선을 거치며 트럼프 행정부가 종전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로서는 외교적 주도권을 완전히 잃지 않기 위한 선제적 제안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평화는 선언만으로 오지 않는다. 비무장지대의 실질적 관리, 국제 병력의 역할, 주민들의 안전과 정치적 의사 반영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언급한 국민투표 역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킬 위험도 안고 있다.

 

 

이번 평화안은 전쟁을 끝내기 위한 ‘완성된 해법’이라기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논의를 촉발하는 출발점에 가깝다. 총성이 멈추는 평화는 단기적 타협이 아니라 장기적 안정 위에서만 가능하다.

 

국제사회는 이번 제안을 단순한 외교 이벤트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전쟁 이후의 질서까지 염두에 둔 책임 있는 중재에 나서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착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방향을 결정할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진 출처: b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