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현재 가자지구는 전쟁의 잔해 속에 멈춰 있다. 미국이 중재한 휴전이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평화로 가는 길은 여전히 요원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평화 계획은 첫 단계를 간신히 통과했을 뿐, 그 이후의 진전은 사실상 정지됐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난항이 아니라, 가자와 이스라엘 모두가 겪는 구조적 문제이자 정치적 이해관계의 충돌이 만들어낸 결과다.
무엇보다도 이스라엘의 마지막 실종 인질인 란 그빌리의 행방은 협상의 핵심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그가 생존했든 아니든 모든 인질이 송환되기 전에는 절대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는 정치적으로도 강력한 지지를 받는 요구다. 인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이스라엘군이 더 후퇴한다면, 네타냐후 정부는 국내에서 거센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하마스는 이 인질이 향후 협상을 위한 ‘마지막 카드’가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신속한 이행을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의 주장이 사실이든, 양측이 인질 문제를 지렛대로 삼는 한 평화안은 움직일 수 없다.
결국 한 명의 실종 인물이 가자 지구 200만 명의 미래를 발목 잡고 있는 셈이다.
가자 내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폭우와 홍수 속에서 주민들은 다시 한번 생존의 위협에 직면했다. 임시 텐트에서 생활하는 수십만 명의 주민들은 주거는커녕 최소한의 방수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재건 작업은 평화안 2단계에 묶여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 국제사회가 지원 의사를 밝혀도, 가자의 영토와 통제권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어떤 국가도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와 동시에,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가자 안정화 계획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 군이 철수한 지역과 남은 지역을 구분하는 이른바 ‘노란선’은 사실상 새로운 국경선처럼 작동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는 가자를 장기적으로 분리·관리하려는 신호가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스라엘은 국제 안정화군의 역량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며, 하마스의 무장 해제는 여전히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핵심 쟁점들은 하나도 제대로 합의되지 않은 채 모두 다음 단계로 미뤄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빠른 진전을 촉구하고 있지만, 평화를 향한 동력을 외부에서만 제공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양측의 정치적 의지다. 하마스는 통제권을 잃지 않기 위해, 이스라엘은 국내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현 상황을 유지하려는 유인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계산법은 가자 주민들의 고통 위에 세워진 위험한 선택이다. 지금의 현상 유지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이며, 양측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
가자의 평화는 어느 한쪽의 군사적 승리나 정치적 기회에서 만들어질 수 없다. 무너진 건물만큼이나 붕괴된 신뢰를 복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인질 문제 해결, 무장 해제, 안전 보장, 정치 체제 재건 등 어느 하나도 쉽게 타협할 수 없지만, 그 난관을 외면한 채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은 더 큰 재앙을 초래할 뿐이다.
국제사회 또한 단순히 휴전을 넘어, 실질적인 평화 구축을 위해 적극적으로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가자 재건은 인도적 조치이면서도 동시에 중동 전체의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먼저 양보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공존할 것이냐’에 대한 진지한 대화이다. 평화의 시계는 멈춰 있지만, 그 시계를 다시 움직일지 여부는 결국 양측의 의지에 달려 있다. 그리고 어느 쪽도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사진 출처: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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