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내는 즐거움/오늘의 세계

러시아 동결 자산을 둘러싼 유럽의 결단의 순간

옥상별빛 2025. 12. 19. 06:43

브뤼셀에서 진행 중인 러시아 동결 자산 논쟁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연합이 맞이한 가장 중대한 결정 중 하나다.

유럽 내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은 2,100억 유로를 넘으며, 그 대부분이 벨기에의 유로클리어에 보관돼 있다.

 

이제 문제는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인가의 여부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자신들이 수호하겠다고 주장해 온 국제 질서를 위해 어디까지 나아갈 의지가 있는가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경고는 분명하다. 실질적인 재정 지원이 없다면 우크라이나는 수개월 내 자금이 고갈될 수 있다. 군사적 저항, 경제 안정, 전후 복구 모두 지속적인 재정 뒷받침에 달려 있다.

 

러시아 동결 자산의 일부를 우크라이나에 대출하자는 제안은 단순한 재정 조치가 아니라, 유럽의 정치적 결단을 시험하는 사안이다.

 

 

찬성 측은 이 자금 사용이 러시아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침략에는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우크라이나가 고통받는 동안 러시아 자산이 그대로 방치되는 것은 억지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몰수 대신 대출이라는 방식은 법적 안전장치를 유지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즉각적인 지원을 가능하게 한다는 논리다.

 

 

반면 벨기에와 헝가리 등 일부 국가들의 반대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현실적 우려에 기반하고 있다. 향후 법원이 러시아에 자금 반환을 명령할 경우, 유로클리어를 보유한 벨기에는 심각한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금융 안정성, 주권 면제 원칙, 그리고 향후 국제적 선례에 대한 걱정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그러나 신중함이 마비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유럽은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국제법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그 원칙은 현실에 걸맞은 행동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이자 수익만을 제공하는 현재의 방식은 위기의 규모에 비해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

 

 

더 넓은 지정학적 환경 역시 긴박함을 더한다. 미국이 새로운 외교적 접근을 시사하고 불확실한 정치적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럽의 우유부단함은 우크라이나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러시아에게 시간과 분열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

 

 

결국 EU 지도자들이 마주한 선택은 합법성과 연대의 대립이 아니라, 단기적 위험과 장기적 책임 사이의 선택이다. 법적 기반을 보증과 공동 책임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면, 러시아 동결 자산을 배상 성격의 대출로 활용하는 것은 정당하며 불가피하다.

 

 

유럽은 그동안 가치와 단결, 법치를 강조해 왔다. 이제는 그 말들을 행동으로 옮겨야 할 순간이다. 역사는 법적 논쟁의 복잡성이 아니라, 주저함의 대가가 너무 커졌을 때 유럽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기억할 것이다.

 

*사진 출처: c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