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는 즐거움/연습으로 쓰는 글

죽을 수 있는 용기

옥상별빛 2020. 7. 12. 20:12

난 아픈 것은 참을 수 있는 용기가 있지만

죽고 말겠다는 용기는 없다.

 

삶이 고달파서 죽어버릴까 생각도 해 봤지만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무섭다.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서 즉사할 수는 있지만

그러다가 죽지 못하고 식물인간이 되면 더 괴롭다.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면 고통없이 죽을 수 있다지만

그럴 용기마저 없다.

 

가만히 있어도 늙고 병들어 죽을 것인데

삶을 조기에 마감하기가 쉽지 않다.

 

남들은 유서를 남기고 계획적으로 자살을 감행하지만

그런 행위는 용기가 아니라 비겁이다.

 

난 시장에서 살아 있는 장닭을 사와도 목을 치지 못하는데

하물며 자신의 목숨을 끊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남들은  수많은 고민과 갈등을 하다가 

쉽게 죽기도 하지만 난 도저히 하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떠나 슬퍼서 죽을 수도 없고

혹시 죄를 지어 감옥에 가는 것이 두려우면

스스로 죽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역시 그럴 용기가 없어 보인다.

 

내가 일찍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세상은 나를 알아주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원망과 저주를 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우리 주위에 쉽게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가 따라서 배울 것은 하나도 없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순간적인 충동을 이기지 못해서 저지르는 일이지

대단한 용기라고 말할 수가 없다. 

 

죽을 수 있는 용기는

노약자를 살리기 위하여 화재 현장에 뛰어들거나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드는 등

위급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것이지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죽을 수 있는 용기는

누구나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찾아볼  수 없는 

아주 특별한 경우뿐이다.

 

 

*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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