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즐거움/감사하는 마음 담아

사계리 바다

옥상별빛 2019. 4. 17. 18:25

 

산방산에서 내려다보이는 사계리 바다는

오늘도 하얀 파도가 수없이 밀려와

바위를 때리고 있습니다.

 

구름도 그냥 지나가기가 허전한지

밭 이랑처럼 마디마디를 만들며 흘러갑니다.

마치 굴곡진 어머니의 삶처럼

 

사실 사계리 바다는

어머니가 어렸을 적 물질을 배우고

소라와 전복

그리고 미역과 톳을 채취하셨던 삶의 현장이었습니다.

 

수없이 돌을 뒤집어 보고

수없이 바위 틈을 살펴보시며

돈이 되는 해산물을 거둬들이신 터전이었습니다.

 

어렵고 가난하던 시절

집안의 막내로 태어나

귀여움을 독차지해도 모자란 판에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오로지 농사와 물질로 삶을 가꾸어 나가셨습니다.

 

특히 바닷속에서의 물질을 하려면

20여 미터까지도 내려가

숨을 참으며 견뎌야 하는

아주 힘들고 위험한 일이었지만

 

10대 때부터 외할머니로부터 배우시고는

무려 60년 이상을 바다에서 사셨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그물을 놓고 작살로 고기를 쏘으시고는

해질 무렵에 무거운 구덕을 등에 지고

2 킬로미터 이상을 걷는다는 것은

생 사람 잡은 고통이었습니다.

 

그래도 어머니는 오로지 자식을 위해

힘들었다 말씀 한 마디도 없이

희생만 하시다가 눈감으셨습니다.

 

가엾은 우리 어머니

이제는 사진 속에서나 보는 존영 앞에서

눈물만 울컷 하며

오늘 새벽에 49재 4재를 치렀습니다.

 

아,

그리운 어머니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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