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는 즐거움/가슴으로 읽는 글

가을날(라이너 마리아 릴케)

옥상별빛 2017. 10. 19. 07:48

 

 

주여, 가을이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 후로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레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사진 출처 :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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