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즐거움/썰렁할 땐 유머로

멜(멸치)나 담아

옥상별빛 2015. 10. 17. 19:18

결혼한지 며칠 안 된 제주 신혼 부부가 서울의 신혼 부부와 함께 새벽에 제주시 동부두에 갔다.

동부두에는 곧 잡아온 갈치랑 고등어랑 이름 모를 고기를 파는 이주머니가 많았다.

서울의 신부는 유독 작은 생선에 호기심이 있었는지 멸치를 파는 아주머니에게 다가가서 말을 건넸다.

 

서울 신부: 아주머니, 이 물고기 이름 워에요?

아주머니: 멜이우다(멸치입니다.)

서울 신부: 이 '멜이우다' 맛았어요?

아주머니:(어이없다는 듯이) '멜이우다'가 아니고 멜마씸.

서울 신부: '멜마씸' 맛있어요?

아주머니: (귀찮은듯이) '멜마씸'은 제주어로 '멸치입니다'란 말이어요.

서울 신부: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신랑에게) 자기야, 우리 멸치 사서 먹을까?

서울 신랑: 멸치는 말려서 많이 먹잖아?

서울 신부: 아니, 말리지 않은 이 멸치 말이어요.

 

그러면서 신부가 바구니를 탁 치자 멸치 몇 마리가 놀라서 파닥거렸다.

 

서울 신부: 자기야. 봤지? 멸치가 파닥거리는 게 너무 귀여워.

 

하고 말하면서 신부는 신랑 허리를 안았다.

그러자 신랑이 하는 말

 

서울 신랑: 난 멸치보다 자기가 더 귀여워.

 

아주머니는 멸치를 사지도 않으면서 자기 앞에서 주책을 떠는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좋겠다'란 말을 중얼거렸다.

이때 옆에서 본 제주 신부는 서울 신혼부부가 하는 모습을 보고 샘이 나서 신랑에게 말을 건넸다.

 

제주 신부: 자기야, 나하고 멸치하고 누가 더 귀여워?

 

하면서 바구니를 쳤다.

그런데 멸치는 한 마리도 파닥거리지 않았다.

그래서 신부는 다시 한번 바구니를 세게 쳤다.

그랬더니 멸치를 담은 바구니가 그만 엎어져버렸다.

그래도 신부는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신랑 허리를 감싸며 말을 건넸다.

 

제주 신부: 자기야, 멜(멸치)랑 나 중에 누가 더 귀여워?

 

그러자 제주 신랑은 신부의 손을 뿌리치며 퉁명스럽게 하는 말이 걸작이다.

 

제주 신랑: 멜(멸치)이나 담아.

제주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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