秦나라 목공은 晋혜공에게 두 번의 은혜를 베풀었다. 晋혜공이 晋나라에서 죽음의 위험에 빠졌을 때 진목공이 자기와 친한 梁나라에 부탁해서 피신을 시켜 주었다. 그 후 晋나라에 혼란이 일자 진목공은 군대를 파견하여 진혜공을 도와 晋나라의 왕이 되게 해 주었다.
이 일을 댓가로 진혜공은 晋나라 하서 성 5개를 주겠다고 약속하였으나 막상 왕위에 오르자 땅을 주기가 아까워 신하들이 반대한다는 핑계를 대고 땅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晋나라에서는 진혜공이 즉위한 뒤로 5년 동안 흉년이 들었다. 창고는 텅 비고, 백성들은 먹을 것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秦나라에 염치 불구하고 양식을 꿔 달라고 요청을 했다.
진목공은 모든 신하를 불러들려 회의를 열었다.
“晋나라가 약속한 다섯 성은 우리에게 주지 않으면서 이제 흉년이 들어 곡식을 꾸러 왔으니 줘야 할까, 주지 말아야 할까?”
건숙과 백리해가 이구동성으로 대답한다.
“천재란 것은 어느 나라인들 없겠습니까? 이웃 나라 불행을 구조하는 것이 떳떳한 일입니다. 모든 일을 순리대로 하면 하늘이 우리에게 복을 주십니다”
진목공이 불쾌한 기색으로 말한다.
“내가 지금까지 晋나라를 도운 것만 해도 적지 않소”
공손지가 아뢴다
“이번에 또 그들을 도우면 앞으로 그만큼 받을 것이 더 많아집니다. 우리로서는 아무 손해도 없습니다. 만일 그들이 받아만 가고 돌려 주지 않으면 잘못은 그들에게 있습니다. 이리하여 진나라 백성까지 그들의 임금을 미워하게 되면 누가 우리를 당하겠습니까? 그러니 상감은 그들에게 곡식을 꿔 주십시오”
아버지가 진혜공에게 피살되고 秦나라로 망명 온 비표가 갑자기 주먹으로 자리를 치며 말한다.
“오죽 못 됐기에 하늘이 晋候에게 흉년이란 재앙을 내렸겠습니까? 그들이 기아에 허덕이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쳐들어가서 진 나라를 무찔러 버리십시오, 하늘이 준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됩니다.”
유여가 조용히 말한다.
“어진 사람은 상대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이익을 취하지 않으며, 지혜있는 사람은 요행수를 믿고 성공을 노리지 않습니다. 그러니 진에게 곡식을 꿔주는 것이 마땅합니다”
진목공이 머리를 끄덕인다.
“나를 저버린 자는 진혜공이며, 죄 없이 배고파 우는 것은 진나라 백성이다. 내 진후를 미워할지언정 죄 없는 그 나라 백성까지 괴롭힐 수야 없다.”
드디어 秦나라는 수만 석의 곡식을 晋나라에 보내 주었다. 진나라 백성은 기뻐하고 감격했다.
그 다음해는 秦나라에 흉년이 들고, 이와 반대로 晋나라는 크게 풍년이 들었다. 진목공은 건숙과 백리해에게 말한다.
“과인은 이제야 경들이 작년에 말한 것을 생각하오, 흉년과 풍년은 어느 나라고간에 있구려, 작년에 진나라 청을 거절했더라면 금년 같은 흉년에 어찌 진나라에게 곡식을 청할 수 있겠소”
비표가 앞으로 나서며 퉁명스레 말한다.
“진후는 욕심만 많고 신의가 없습니다. 주공께서 청할지라도 곡식을 보내 주지 않을 것이니 두고 보십시오”
“설마 그럴 리가 있겠소”
진목공은 냉지에게 보물을 주어 진나라에 가서 곡식을 청했다. 그러자 극예가 말했다.
“주공은 곡식을 秦나라에 보내실 작정이십니까? 그렇다면 하서 다섯 성도 秦나라에 줘야 하지 않습니까?”
“과인은 곡식만 보낼 작정이다. 어찌 땅까지 줄 수 있으랴”
“그럼 곡식은 왜 줍니까?”
“작년에 진나라가 우리를 도와 준 데 대해서 보답하기 위함이다”
“작년에 곡식을 우리에게 준 것이 진나라의 은덕이라면, 지난날에 주공을 우리나라 군위에 올려 준 진나라 은덕은 더 크지 않습니까? 주공이 큰 것을 버리고 작은 것에 보답하려는 뜻은 무엇입니까?”
곁에서 경정이 참다 못해 고함을 지른다.
“작년에 신이 주공의 명을 받고 秦나라에 가서 곡식을 청했을 때 秦候는 두말 않고 승낙하였습니다. 그때 신은 매우 감격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곡식을 보내지 않으면 秦은 우리를 얼마나 원망하겠습니까”
그러자 곽사가 한술 더 뜬다
“지난 해는 하늘이 晋에게 흉년을 주어 秦나라 소속을 삼으려고 했습니다. 그때 秦이 우리나라를 쳐서 뺏지 않고 곡식을 꿔줬다는 것은 그들이 하늘의 뜻을 잘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금년은 하늘이 秦나라에게 흉년을 주어 우리 진나라의 소속을 만들어 주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늘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진나라를 뺏지 않으면 우리도 그와 같은 바보가 되고 맙니다. 그러니 이런 기회에 양나라와 우호를 맺고 함께 힘을 합쳐 秦을 쳐서 무찌른 뒤 그 땅을 반씩 나누어 갖는 것이 상책일까 합니다”
경정과 한간은 몰염치한 그들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이익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진혜공은 곽사의 말에 흐뭇해졌다. 진혜공이 진나라 사신 냉지를 불러 말했다
“올해 풍년이 들었다하나 겨우 자급자족할 곡식밖에 없소, 그러니 귀국에까지 보낼 줄 곡식이 없구려”
냉지가 말한다.
“우리 주공께선 귀국과 인척 관계임을 생각하시어 하서 다섯 성도 받지 못했건만 책망하지 않고 작년에 곡식을 귀국에게 꿔 주실 때도 말씀하시기를 이웃 나라가 굶주리는데 어찌 돕지 않을 수 있으냐고 하였습니다. 우리 주공은 군후의 위기를 구해 주셨는데 군후는 그 은덕을 갚으려 않으시니 신은 빈손으로 돌아가서 이 사실을 보고하기가 난처합니다”
극예와 여이생이 큰 소리로 냉지를 꾸짖는다
“너는 돌아가서 너의 임금에게 말하여라. 만일 우리 진나라 곡식이 먹고 싶다면 잔말 말고 군사를 거느리고 와서 빼앗아 가보라고 하여라”
냉지는 분함을 참고 물러갔다.
냉지가 귀국하여 진목공에게 보고한다.
“晋은 곡식을 못 주겠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양나라와 함께 힘을 합쳐 우리나라를 칠 작정입니다”
진목공이 대로한다.
“그가 이렇듯 무도할 줄은 몰랐구나, 과인이 먼저 양나라를 쳐 부순 다음 진나라를 치리라”
마침내 진목공은 크게 삼군을 일으켰다. 이 소식을 들은 진혜공도 크게 군사를 일으켜 싸움을 했다. 싸움이 한창일 때 晋나라 장수 양유미와 한간이 진목공을 발견하고 즉시 진목공에게 육박했다. 한간의 뒤를 이어 晋 나라 군사들도 새까맣게 달려들었다. 졸지에 진목공은 궁지에 몰렸다. 진목공이 하늘을 우러러 탄식한다.
“내 오늘 날 도리어 晋나라에게 사로잡히는 몸이 되는구나. 슬프다. 하늘에 이치가 없느냐?”
진목공이 벌떼처럼 몰려드는 적군을 보며 슬피 탄식했을 때였다. 바로 서쪽 언덕에서 난데없는 약 300명의 일대 용사가 일제히 고함을 치면서 나타났다.
“우리 恩主께 손대지 말라!”
이 용사들은 모두 봉발을 휘날리며 달려오는데 뛰는 것이 나는 것 같고 마치 혼세마왕 아래 鬼兵처럼 닥치는 대로 晋軍을 쳐 죽였다. 진목공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동안 秦軍들은 오히려 진혜공을 사로 잡아 대승을 거두었다.
싸움이 끝나자 진목공은 300명의 용사들을 불러들였다.
“너희들은 어이한 사람인데 과인을 죽음에서 구출했느냐?”
한 장사가 대답한다.
“주공은 지난날에 주공이 사랑하시던 말을 잃었던 일을 기억하시나이까? 저희들은 그때 주공이 사랑하시던 말을 잡아먹은 산도둑들입니다”
오래전 일이었다. 언젠가 진목공이 신하들과 사냥을 간 적이 있었다. 그날 밤 진목공이 타던 말과 여러 필의 말이 없어졌다. 진목공은 관리들을 시켜 말을 찾아오게 하였다. 관리들은 산을 뒤지던 중 산도둑 한 떼가 말고기를 구워 먹고 있는 것을 보았다. 관리들은 진목공에게 아뢰었다.
“속히 군사를 보내면 그놈들은 모조리 잡아올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듣자 진목공은 길이 탄식했다
“말은 이왕 죽었으니 말 때문에 사람까지 죽일 수야 없지 않겠느냐. 과인은 짐승을 소중히 여기고 사람을 천시할 수 없다. 좋은 술 수십 독을 수레에 싣고 가서 그 들사람에게 주고 오너라”
관리들은 진목공의 말대로 술 수십독을 수레에 싣고 가 진목고의 말을 전했다.
“우리 주공께서 말씀하시기를 <과인이 듣건데 말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사람이 상한다 하기로, 이제 좋은 술을 너희들에게 하사하노라>하셨으니 그리 알라”
들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감격하여 꿇어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우리가 말을 몰래 끌고 와서 잡아 먹었는데 벌을 내리지 않고 도리어 우리들이 상할까 염려하시어 좋은 술까지 하사하셨으니, 이 막대한 주공은 은혜를 무엇으로 갚으리오”
이 300명의 산도둑들은 진목공이 전쟁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은혜를 갚으려 용맹을 발휘한 것이었다. 진목공이 하늘을 우러러 탄식한다‘
“들사람들도 오히려 옛 은혜를 잊지 않는데 도데체 晋候은 어찌된 사람인고?”
진목공이 다시 들사람에게 묻는다
“너희들 중에 벼슬을 살고 싶은 자가 있으면 자원하여라”
300명의 장사들은 일제히 아뢴다.
“저희들은 들사람으로서 주공께 은혜를 갚고자 온 것 뿐입니다. 벼슬은 저희들이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목공은 그들에게 각기 황금과 비단을 하사했다. 그러나 들사람들은 받지 않고 돌아갔다. 진목공은 더운 찬탄하여 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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