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한 공간을 차지해도
오랫동안 있지 말자.
드넓은 하늘을 다 덮어도
오랫동안 막지 말자.
하늘도 숨쉴 수 있고
대지도 숨쉴 수 있게
일정한 모양도 없이
이리 가고 저리 가며
때로는 얇은 비단같이
때로는 두터운 솜이불같이
대지와 바다를
빨리 스쳐 지나가자.
오래 머물면 식상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미움 받는 것을 알자.
땅과 물만으로
아름다운 자연이 될 수 없듯
오로지 기이한 형상으로
한폭의 그림을 만들고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