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 연가
가슴 속에 스며드는 봄햇살 한 웅큼도
아낌없이 거둬들여야 할 이 순간
청보리가 넘실거리는 들판 따라 길을 걸으면
가끔씩 불어오는 실바람이 코끝을 간질이고
이름 모를 들꽃들이 가는 발길 멈추게 하네.
손 뻗으면 닿을 듯한 송악산과 형제섬이
나를 부르는데 어서 오라 손짓하는데
난 지금까지 왜 몰랐나 가파도를.
오래 살고 볼일이야 이렇게 좋은 곳에서
올 때는 혼자지만 갈 때는 말벗 만들어
영원토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담고
따스한 정 품어주는 하얀 영혼들처럼
사랑의 꿀맛을 주는 아름다운 삶을 살리라.
여름이면 파고드는 뜨거운 이 햇살도
짜증 없이 받아들여야 이 순간
굽이굽이 해안선따라 올레길을 걷고 있으면
태평양 푸른파도 음악되어 잔잔하게 다가오고
해녀들 숨비소리 가는 발길 붙들여 매네.
남쪽으론 최남단 마라도와 바위섬이
나를 반기는데 다시 오라 미소짓는데
난 여태까지 왜 못왔나 가파도를.
다시 오고 볼일이지 이렇게 멋진 곳에서
올 때는 친구지만 갈 때는 연인 만들어
두고두고 잊지 못할 귀중한 추억을 쌓고
뜨거운 정 안겨주는 맑은 영혼들처럼
사랑의 단맛을 내는 풍요로운 삶을 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