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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주례에 등장하는 썩은 사과

옥상별빛 2017. 5. 28. 20:41

 

결혼식에서 주례는 안데르센의 동화에 나오는 '썩은 사과'를 예로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렸을 적에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던 글인데 이 내용을 금슬좋은 부부에 비교해 보니 일리가 있네요.

 

가난한 노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노부부는 전 재산인 말 한 필을 팔아 좀 더 쓸모 있는 물건과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영감님이 말을 끌고 시장에 갔습니다.

처음엔 말 한 필을 암소와 바꾸고 다시 암소를 양과 바꾸었습니다. 다시 양을 살찐 거위와 바꾸었고 그 거위를 다시 암탉과 바꾸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암탉을 썩은 사과 한 상자와 바꾸었습니다. 영감님은 물건을 바꿀 때마다 할머니에게 기쁨 한 가지씩을 주고 싶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영감님은 썩은 사과 자루를 메고 어느 작은 주점에 들렀습니다. 썩은 사과 자루를 메고 다니는 기이한 풍경에 신기해 하는 두 명의 영국인을 만나게 되었고 자신이 시장 본 얘기를 자랑스럽게 했습니다. 두 영국인은 박장대소하며 집에 돌아가면 틀림없이 할머니에게 쫓겨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영감님은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맞섰고 결국 거만한 부자 영국인과 금화 한 자루를 두고 내기를 했습니다.

두 영국인과 영감님은 함께 집으로 갔습니다. 할아버지의 장 본 얘기를 듣는 할머니는 끊임없이 맞장구를 치며 즐거워했습니다. 말 한 필을 암소로 바꾸고 암소를 다시 양과 바꾸고… 하면서 한 가지 물건을 다른 물건으로 바꾼 얘기를 할 때마다 잠시도 쉬지 않고 감탄하며 기뻐했습니다.

 

“와! 우유를 마실 수 있겠군요!”

“양젖도 맛있지요.”

“거위 털이 얼마나 따뜻한데요!”

“와! 계란을 먹을 수 있게 됐군요!”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암탉을 썩은 사과와 바꾸었다는 얘기를 했지만 할머니는 더없이 행복해 하며 말했습니다.

 

“그럼 오늘 저녁엔 모처럼 맛있는 사과파이를 먹을 수 있겠네요!”

 

할머니는 영감님이 말할 때마다 오히려 감탄하며 기뻐한 것입니다. 창틈으로 엿듣던 두 영국인은 결국 금화 한 자루를 잃게 되었습니다.

영감님은 말 한 필로 썩은 사과 한 상자와 금화 한 자루를 얻었습니다.

 

 

* 사진 출처 :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