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도를 밑도는 잔혹한 추위 속에서 우크라이나의 심장부 키이우가 다시 한번 암흑과 추위에 잠겼다. 러시아의 무차별적인 대규모 공습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의회 건물을 비롯한 키이우 주거용 건물의 절반 가량이 난방과 전기가 끊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타격을 넘어, 민간인의 생존권을 볼모로 잡고 전쟁의 공포를 극대화하려는 명백한 ‘에너지 테러’이자 인도주의적 범죄다.
이번 공습의 양상은 과거보다 더욱 치밀하고 위협적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밝힌 바에 따르면, 단 하룻밤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에만 약 8,000만 유로(한화 약 1,20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방공 미사일 비용이 소요되었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 속에서도 탄도 미사일 생산 능력을 유지하며, 물량 공세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고갈시키려 하고 있다. 공격자는 저렴한 드론과 미사일을 쏟아붓는 반면, 방어자는 그 몇 배의 비용이 드는 정밀 요격 미사일을 소모해야 하는 ‘비대칭적 소모전’의 늪에 우크라이나가 빠져 있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고통이다. 지난 1월 초 공습으로 파괴된 시설을 복구하기 위해 기술자들이 사투를 벌여 간신히 복구해 놓은 전력과 가스망이 이번 공격으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아파트 배관이 얼어 터지고, 추위를 이기지 못한 시민들이 실내에서 가스 히터를 사용하다 화재가 발생하는 등 2차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1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지하철역으로 대피해 밤을 지새우는 모습은 21세기 문명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는 믿기 힘든 비극이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사용하고 공동으로 발전기를 구매하며 놀라운 ‘회복력(Resilience)’을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눈 덮인 마당에서 바비큐를 하고 춤을 추며 추위를 이겨내는 이들의 모습은 전 세계에 깊은 울림을 준다.
하지만 외교장관 안드리 시비하의 지적처럼, 국민의 인내심이 전쟁 지속의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으며, 지속되는 전력난과 추위는 사람들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고 사회적 기초를 무너뜨리고 있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국제사회의 단합된 지원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다보스 포럼 참석까지 보류하며 호소했듯, 우크라이나의 안보는 서방의 신속한 미사일 공급과 방공 시스템 지원에 달려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간의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지원이 지연되거나 축소될 조짐을 보이는 것은 러시아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탄도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핵심 기술과 장비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러시아의 전략은 명확하다. 전장에서의 승리가 불투명해지자 민간 인프라를 파괴해 우크라이나 내부의 분열과 항복을 끌어내려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반인도적 전략이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단순히 한 국가를 돕는 차원을 넘어, 민주주의 가치와 국제 질서를 수호하는 일이다.
혹독한 겨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아이들이 유치원 보온 용기에 담긴 식은 음식을 먹으며 추위에 떨게 두어서는 안 된다. 서방 국가들은 지원의 불확실성을 거두고, 우크라이나가 이번 겨울을 버텨내고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안보 보장과 군사적 자원을 즉각 확충해야 한다.
시간은 결코 우크라이나의 편이 아니며, 국제사회의 ‘지원 피로감’이 곧 러시아의 ‘승리 공식’이 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진 출처: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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