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내는 즐거움/정신 못 차리네

헛점투성이인 나라에 살고 있으니?

옥상별빛 2018. 1. 7. 05:53

 

주위에 90세를 넘긴 노인들이 하나 둘씩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가족의 입장에서는 고인과 이별하는 것이 아쉽지만 운명인양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그 어려운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에서 살아 남고 보릿고개를 거치며 지금까지 살아온 것만 해도 천수를 누린 셈이니까요.

 

그런데 요새 한해 두해 나이를 먹을수록 우리도 저렇게 90세까지 살 수 있는지 걱정될 때가 많습니다.

 

여행이야 차나 배를 타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육신의 떼를 밀기 위해서는 동네 목욕탕에 가야 하는데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를 보니 이것 또한 가기가 무서워집니다.

 

자기 목숨도 자기 의지대로 연명할 수 없는 대한민국에 살면서 오래 살다가는 분들을 보면 부럽기 한이 없습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안전, 안전'을 외치며 그동안 사회 각층의 안전 시스템을 정비해 온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한낱 구호에 그치고 있었습니다.

 

잦은 낚싯배와 크레인 전복사고,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고 등등.....

 

이번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때 유족들은 골든 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했는데 처음에는 화재 현장 주변에 불법 주차된 차량을 치우느라 늦어진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화재 초기 119상황실과 현장 소방대원들 간에 무전 교신이 18분 동안 안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오후 4시 2분부터 18분 동안 소방상황실과 현장대원 사이에 오간 무선 교신 녹취록은 공개되지 않아 자세한 것을 우리는 모릅니다.

 

소방 관계자는 잡음 때문에 녹취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고 무전기가 구형 아날로그 방식이라 수신이 안 됐다고 변명했습니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해명이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소방당국의 고위 간부들은 다 옷을 벗어야 합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서에서 지금까지 화재진압 훈련을 하며 무선 교신기 테스트도 안 했나요?

 

그리고 무신 교신기가 구형이라면 교체 예산을 신청이라도 해 보았나요?

 

아니면 신청해도 거절당하여 지금에 이르렀나요?

 

하기는 국민의 혈세가 국회의원들의 세비로 낭비되고 국정원의 특수활동비가 청와대의 대통령과 고위 간부들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버리고 마는데 무선 교신기를 살 돈이 어디 있어요?

 

잘 나가는 고위층만 탓할 수 없습니다.

 

국책 사업 공사 방해로 공사가 지연되어 본 손해도 나라에서 배상해 주고 가계 빚도 나라에서 탕진해 주고 있으니 우리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야당은 여당을 공격하는데 어느 정당이 정권을 잡아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안전은 뒷전이고 예산이 쓸데 없는 곳에 쓰이는데 나아질 기미조차 안 보입니다.

 

집 밖에만 나오면 언제 어디서 사고가 떠질지 모르는 이런 나라에서 아무 사고 없이 90세 이상까지 살다가 가는 것에나 목표를 두고 살아야 하나요?

 

주말인데 그리고 새해 첫 연휴인데 괜히 아침부터 슬퍼집니다.

 

 

*사진 출처 :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