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의 나라 이탈리아
이탈리아 남부 해안의 칼바니코 마을에서 카드 게임을 하는 노인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고 유쾌하다. 평균연령이 75~85세인 고령자들이다. 그리고 이 마을에는 93~95세의 최고령자도 많이 있다. 노인들의 점심식사는 풍성하고 화려한 토마토가 들어간 야채 위주의 음식들이다.
84세의 살바티로즈 할머니가 토마토 소스를 이용한 점심식사를 만들고 있다. 그 중 소금을 쳐서 말리면 단맛이 강해진다는 토마토장 페레시아는 저장해 두고 일년 내내 식사 때마다 먹는다.
이번에는 이탈리아의 자랑인 아름다운 항구 나폴리로 가보자. 나폴리가 속해 있는 이탈리아 남부지방의 평균수명은 이탈리아의 다른 지역이나 유럽보다 길다. 그래서 노년층의 비율이 높다.
나폴리 근교의 토마토 연구소에서는 다양한 품종의 토마토들이 선별 관리되고 있다. 종류만 해도 50가지가 넘는다. 샐러드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푸른 토마토 소렌토, 종류가 다른 토마토와 교배해 만든 뉴텐트, 가장 일반적인 붉은 토마토와 체리 토마토 등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전통적으로 붉은 산마르치아노 토마토의 인기가 가장 높다. 길쭉한 모양의 진한 붉은 빛이 특징인 산마르치아노. 이탈리아인들은 토마토의 붉은색이 자연의 에너지로 비유되어 붉은 토마토를 먹을수록 건강하고 더 오래 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산마르치아노를 최상급 토마토로 여긴다. 산마르치아노 토마토는 삶아서 껍질을 벗기고 갈아서 소스를 만들어 주로 섭취한다.
이탈리아인들은 이러한 토마토 소스를 꼰도르노(동반식품)라 부를 정도로 애용한다. 가장 특이한 것은 토마토를 저장식으로 먹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토마토장을 만들어 식료품 창고에 따로 저장한다. 장으로 저장된 소스는 파스타 등 모든 요리에 사용되며, 산마르치아노 토마토는 천연 글루타민산 함량이 보통 핑크색토마토에 비해 높다. 그래서 이탈리아 인공조미료소비량은 세계 최저 수준을 보인다.
토마토는 지난 200년 동안 이탈리아인의 가장 중요한 영양 공급원의 하나였다. 특히 최근 성인병 예방 효과로 주목을 끌고 있는 지중해식 식단의 중요한 구성식품이다. 지중해식 식단이란 포도주와 채소, 올리브오일 등 지중해에서 재배되는 여러 가지 과일과 채소로 꾸며진 식단을 말한다. 이 지중해식 식단의 최고 주인공은 단연 토마토이다.
토마토는 왜 건강에 도움을 주는가
이탈리아 남부의 경우 토마토 소비량이 북부의 두 배에 달하는데 위암과 대장암 등 소화기 계통의 암 발생률은 현저히 낫다.
이탈리아 영양보건국 루이지 살바티 박사는 토마토 소비량이 건강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소화기 계통의 암 이외에 최근 남성들에게 늘고 있는 전립선암도 토마토를 먹으면 예방이 된다고 한다.
붉은색과 노란색 위주의 채소에는 카로티노이드(carotenoid)라는 색소가 함유되어 있는데, 토마토는 카로티노이드류 식품 가운데 가장 강력한 항산화 효과를 지니고 있다. 항산화, 즉 노화방지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카로티노이드 계열 채소에는 호박과 당근 등도 포함된다. 중요한 것은 색이 선명할수록 우리 인체 내에 강력한 항산화작용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토마토의 가로티노이드 색소가 어떻게 노화를 억제할까.
푸르던 나뭇잎이 가을이면 붉게 물들어 떨어지는 것을 생물학적 과정으로 풀어보자. 푸른 잎은 태양광선을 이용해서 광합성을 한다. 그런데 광합성을 하는 도중에 활성산소라고 하는 유해산소가 발생하고, 이것 때문에 식물의 잎은 시들고 말라 죽는다.
즉 활성산소에 의한 산화작용은 노화를 뜻한다. 식물은 이러한 산화작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붉은색 색소를 지닌 카로티노이드를 합성하게 되는데, 가을철 단풍이 붉게 변하는 이유도 바로 카로티노이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단풍은 나무의 노화를 막기 위한 조물주의 방어작용이라는 해석이다.
토마토도 여름 내내 푸른색으로 여름광선에 시달리고 뜨거운 태양광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특별한 카로티노이드, 즉 아주 붉은색의 리코펜(lycopene)을 만든다.
토마토가 만들어내는 리코펜은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항산화물질로 평가되며, 이는 노화를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인간도 토마토처럼 세포로 이루어진 생물체이며, 토마토의 리코펜은 사람의 세포에도 강력한 노화억제 작용을 지닌다. 그러나 인간은 토마토처럼 스스로 리코펜을 합성하지 못하므로 음식의 형태로 섭취해야 한다.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이종호 교수는 “신진대사 과정 동안 불가피하게 생성되는 활성산소가 세포의 DNA를 손상시켜 노화가 일어나고 심장병이나 암도 생긴다”며 “하루 한두 개의 토마토 섭취로 노화 방지와 성인병 예방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이는 토마토 특유의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리코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활성산소란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을 산소로 태워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신진대사 부산물이다. 이것은 흡연과 스트레스등 건강에 나쁜 생활습관을 지닌 사람일수록 몸 안에서 자주 발생한다.
활성산소를 만드는 또 하나의 원인은 햇볕의 자외선이다. 그런데 이탈리아인들은 호주, 미국 등 다른 북미 국가들보다 기후적 특성상 자외선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피부암 발생률은 서구인 가운데 최저수준이다.
피부가 자외선을 받으면 활성산소가 많이 생겨 기미나 주근깨는 물론 피부암까지 유발할 수 있다. 그런데 인탈리아인처럼 토마토를 많이 섭취할 경우 토마토 속의 리코펜이 피부에 활성산소가 생기는 것을 차단한다. 따라서 같은 양의 자외선에 노출되어도 토마토를 많이 먹으면 피부 노화가 더디고 피부암의 위험부담도 줄어드는 것이다.
토마토는 전립선 암에도 좋다. 전립선암은 미국 남성에게 가장 흔히 발병하는 발생률 1위 암이며, 사망률도 폐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드물지만 증가속도라는 측면에서는 단연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환자의 수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템파의 리모핏 암연구소에서는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토마토의 리코펜 추출물을 이용한 암 치료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실험 결과 전립선암 조직에 리코펜을 투여한 지 48시간 후 퍼져 있던 암세포가 상당 부분 줄어든 것으로 확인되었다.
토마토는 어떻게 먹어야 하나
놀랍게도 토마토는 다른 채소나 과일과 달리 날로 먹는 것보다 익혀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 도쿄의 가고메 식품종합연구소의 연구 결과 특히 올리브 오일을 첨가 후 가열한 토마토는 리코펜 함량이 생토마토보다 4배나 높았다.
토마토를 가열하거나 올리브 오일을 첨가하는 것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리코펜은 토마토의 단단한 섬유질 조직 안에 분포해 있는데 열이 가해지면 토마토의 조직이 물러지면서 올리브 오일이 쉽게 침투한다. 그리고 리코펜은 물보다 기름에 녹는 성질을 지니고 있어서 올리브 기름에 쉽게 녹아 나온다.
따라서 토마토와 올리브 기름을 함께 섭취하면 몸 속으로 리코펜이 더 쉽게 흡수된다는 뜻이다. 함량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체내흡수율이다. 함량이 높아도 흡수가 안 되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토마토의 리코펜은 지방에 녹기 때문에 가열해서 으깨면 날 것보다 흡수가 3배나 높아진다.
결론적으로 토마토의 리코펜은 같은 양이라도 가열해서 으깬 뒤 기름을 첨가하면 우리 몸에 9배나 더 흡수가 잘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토마토 속의 핵심성분인 리코펜을 가장 효율적으로 흡수하는 방법은 기름 등으로 조리해 익혀 먹는 것이다.
붉은 토마토가 더 좋다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제이스콧 박사는 “플로리다는 미국 최고의 토마토 산지”라며 “토마토 품종을 개량 연구하여 일반 토마토보다 리코펜이 1.5배 가량 더 많은 크림슨토마토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크림슨토마토의 특징은 붉은색을 많이 띠고 즙이 많다는 것이다. 붉은색을 많이 띠고 즙이 많은 토마토일수록 리코펜이 많다.
특히 리코펜은 토마토의 껍질이 아닌 안쪽의 젤리 같은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가장 좋은 토마토는 수확 당시 잘 익어서 붉은색을 띤 토마토이다.
토마토는 우유와 함께 먹자
토마토와 가장 어울리는 식품이 바로 우유등 유제품이다.
실제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샐러드인 카프리즈는 토마토에 치즈 등 유제품을 곁들인 것으로 이탈리아인들이 가장 즐기는 음식 중 하나이다.
우유 안에 포함된 유지방이 토마토의 흡수율을 높인다. 삶은 토마토에 올리브 기름을 넣었을 때 리코펜이 쉽게 용해되어 흡수율이 높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더구나 우유에는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해서 토마토의 부족한 영양소를 보완해 줄 수 있다. 또 우유에 들어 있는 유지방은 토마토의 비타민A 성분을 쉽게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칼로리에 비해 영향이 부실한 인스턴트 식품에도 토마토를 곁들이면 비타민을 비롯한 무기질의 함유량이 높아진다.
유럽 속담에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의 얼굴이 파래진다”는 말이 있다. 이 속담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첫째, 토마토는 파랗게 덜 익은 것보다는 빨갛게 익은 것이 좋다는 것이다. 둘째, 토마토는 의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건강에 유익한 식품이라는 것이다.
실제 토마토는 최근 10여 년간 암과 심장병 등 각종 질병의 예방과 치료효과가 입증된 여러 가지 건강식품 가운데 과학적으로 많이 검증된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토마토는 재배가 용이하므로 비료나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값도 싸다. 당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이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나 당뇨 환자에게는 오히려 장점이 된다. 토마토를 자주 즐겨먹는 것이야말로 가장 손쉽게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출처> 황금의 사과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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